마켓인사이트 11월18일 오후 2시28분


영국 런던의 ‘HSBC타워’, 미국 뉴욕의 ‘헴슬리빌딩’, 브라질 상파울루의 ‘호샤베라 타워’.

이들 건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각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 중 하나라는 점이다. 한국 연기금이 주인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한국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세계적 도시의 랜드마크 건물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사상 최저금리로 인해 자금을 운용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임대율을 보장받으면서 싼값에 살 수 있는 건물이 매물로 나오고 있어서다. 2009년 이후 국내 연기금 등이 사들인 1000억원 이상인 해외 빌딩만 12개, 총액은 6조3000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뉴욕 맨해튼 건물 등을 사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런던 이어 뉴욕 브라질로 확산

런던의 금융중심지 카나리워프. 이 지역을 상징하는 45층짜리 ‘HSBC 타워’ 소유자는 국민연금이다. 8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건물로 2009년 1조5200억원에 사들였다. 국민연금은 인근 ‘40 그로브너 플레이스’ 지분 50%, ‘88 우드 스트리트’도 매입했다.

뉴욕 맨해튼 파크애비뉴에 위치한 35층짜리 고풍스러운 건물 ‘헴슬리’도 국민연금이 지분 절반(49%)을 보유하고 있다. 1929년 세워진 뉴욕 랜드마크 빌딩으로 2007년 골드만삭스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매입해 화제가 됐으나, 작년에 일부 손실을 보고 지분을 넘겼다. 일본 도쿄에선 2009년 ‘KDX 도요스 그랜드스퀘어’ 지분 49%를 사들이기도 했다.

유명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 빌딩 ‘오로라 플레이스’와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57층짜리 초고층빌딩 ‘스리퍼스트 내셔널플라자’도 한국 연기금 소유다. 국민연금과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각각 투자,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에 임대해 주고 있다.

지방행정공제회와 한화생명은 올 들어 처음으로 ‘런던 랜드마크 사냥’에 동참했다. 각각 3000억원 안팎의 가격에 ‘템즈코트’와 법률사무소 ‘에버셰즈’의 본사를 매입했다. 교직원공제회는 2010년 샌프란시스코 ‘333마켓스트리트’ 에 이어 올 들어 상파울루의 ‘호샤베라 타워’와 런던 ‘빈트너스 플레이스’를 사들이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런던, 뉴욕에 이어 브라질 등의 오피스빌딩 매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협상도 진행되고 있어 한국 소유 랜드마크 빌딩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임대료로 연 6~8% 수익 가능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오피스 빌딩 매입에 나서는 것은 저금리에 따라 국내엔 투자대상이 마땅치 않아서다.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09년 평균 연 5.17% 수준이었지만 최근 사상 최저인 연 2.9%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비해 해외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은 해외 오피스빌딩 투자로 연 6~8%의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오피스빌딩 값도 점차 상승하는 추세여서 상당한 평가이익을 얻고 있다.

세계 3위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2007년 2000억원에 그쳤던 해외 부동산 투자를 매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투자잔액은 7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대한 투자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작년 오피스빌딩을 포함하는 해외 대체투자 부문 수익률은 연 12%로 전체 자산군 중 최고를 나타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연기금의 자산배분 기조가 부동산 중심의 해외 대체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윤아영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