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수익 '짜릿'…최고 몸값 100배 '잭팟'
‘톰과 제리’ ‘키다리 아저씨’ 등 인기 만화 주인공 목소리로 친숙한 성우 송도순 씨는 2009년 ‘잭 팟’을 터뜨렸다. 그의 경주마 ‘탐라환희’가 첫 출전한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우승으로 그는 수억원을 벌었다.

경주마를 개인적으로 구입해 마주(馬主)가 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주마’라고 하면 경마 관련 회사나 단체에 소속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주마를 소유하고 대회에 출전시켜 수익을 얻는 마주는 전국적으로 1000여명에 달한다.

경마 수익 '짜릿'…최고 몸값 100배 '잭팟'
마주 중에는 기업인도 다수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이장한 종근당 회장, 남승현 마주코통상 회장 등은 대표적인 기업인 마주. 윤종웅 진로 고문, 홍성열 마리오 대표,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 등도 경주마를 한 필 이상씩 소유하고 있다. 우근민 제주지사, 프로바둑기사 조훈현 씨, 탤런트 길용우 씨 등도 오랫동안 마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경기 과천, 전북 장수군, 경남 함안군, 경북 상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말을 구입해 마주가 되는 경우도 늘었다. 현재 지자체를 포함해 전국 33개 법인·단체가 마주로 등록돼 있다.

이처럼 마주가 되려는 개인·법인이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법인이나 단체의 경우 경마대회에 출전하면 이름을 알리는 효과도 있지만 짜릿한 경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대통령배를 2연패하며 현재 국내 최고 경주마로 군림하고 있는 ‘당대불패’(마주 정영식)는 지난 2년6개월 동안 약 17억원을 벌었다. 7년 전 은퇴한 한국 대표 명마 ‘새강자’(마주 장석린·신치구)는 1500만원에 주인을 만나 몸값의 100배에 해당하는 총 15억원의 상금을 안겼다.

하지만 아무나 마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인이라면 설립 후 5년 이상 경과하고 최근 2년 법인세 납부액이 1억원 이상 돼야 한다. 마주 조건을 까다롭게 규정한 것은 국내 말이 3만마리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수요가 너무 많이 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강용식 서울마주협회 회장은 “아직 국내에선 경마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외국의 경우 경주마를 보유한 마주는 사회적 동경의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총리가 되기보다 더비(3세마가 출전하는 최고권위 대회) 출전마의 마주이고 싶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비롯해 축구감독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도 마주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는 앞으로 국내에서도 경마와 마주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 2012년을 ‘말산업 육성의 해’로 정하고 최근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까지 말 두수를 3만두에서 5만두로, 승마인구는 2만5000명에서 5만명으로 늘리고 관련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한다는 것이 목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