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약속한 후보단일화 협상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룰협상은 이틀째 중단됐다. 안 후보 측이 민주당의 조직적 세몰이 등을 문제 삼아 전날 협상 중단을 선언한 뒤 양측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그만큼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고, 신뢰에 금이 갔다는 방증이다.

협상 중단사태가 길어지더라도 단일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단일화 없이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파행사태가 길어질수록 양측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안 후보 측이 협상을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쳐지면 단일화 합의를 깨려고 한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자칫 안 후보의 ‘새정치’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문 후보도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지 못하면 ‘맏형’ 리더십에 손상을 입게 된다. 여기에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안철수 양보설’을 유포하고,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지지자들에게 대량 발송한 행태가 부각되면 ‘구태정치’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피할 수 없다.

룰협상 파행과 달리 정책연대를 위한 경제복지·통일외교안보 정책팀의 협의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단일화 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안 후보 측 이원재 정책기획실장은 “오늘 경제복지 정책팀은 예정대로 토론을 했고, 통일외교안보팀은 내일 안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룰 미팅에서의 논쟁과 상관없이 가치연대를 위한 정책협의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안 후보가 문제 삼은 조직동원 방식의 ‘옛날 방식 정치경쟁’을 중단하는 내용을 ‘새정치공동선언’에 담고 두 후보가 실천 의지를 약속하는 과정을 통해 풀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를 위한 새정치공동선언 추가 협의와 최종 발표가 이뤄지는 대로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화 협상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촉박한 만큼 문 후보 측이 원했던 국민참여 경선은 무산될 공산이 크다. 최소 9일이 소요되는 모바일 경선은 이미 물 건너갔다. 국민참여 방식을 가미한 ‘슈퍼스타K’식 배심원단 평가도 거론됐지만 이마저도 신뢰에 금이 간 상황에서 여의치 않다. 내주 예정된 TV토론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와 후보 간 담판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단일화의 시너지도 그만큼 사라진다는 점을 양측은 우려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