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정난으로 무상보육 중단 위기까지 몰렸던 서울시 자치구들이 내년도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편성 ‘보이콧’을 선언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청장 모임인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영유아 보육정책에 따라 내년도 시 25개 자치구 추가 분담금이 930억원에 이른다”며 “그러나 재원 부족으로 편성이 불가능해 내년도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내년도 영유아 무상보육을 위한 자치구 분담금은 3400억원으로, 올해(2470억원)보다 930억원 늘어난다. 보육비 지원으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인원이 증가했고,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영유아 보육대책 수정안에 따라 3~5세에 대한 양육보조금이 새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내년에 자치구가 추가로 분담해야 하는 930억원은 소득 하위 70% 계층에만 보육비를 지원할 때의 금액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결정한 0~2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을 철회하고, 소득 하위 70%만 지원하기로 9월 결정했다.

하지만 여야 대선 후보들이 소득 상위 30% 계층에도 무상보육을 확대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있어 국회를 거쳐 전면 무상보육이 또다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서울 자치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32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이미 올해 전면 무상보육 시행으로 129억원을 신용카드로 대납한 상태다.

노현송 구청장협의장(강서구청장)은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 안정적인 보육정책 추진을 위한 방안들을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 보육정책으로 지방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 자치구 세입은 0.59% 감소한 반면 사회복지비는 34.6% 증가하면서 사회복지비 비중은 총예산의 46.1%에 이른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올해 배정된 2470억원의 예산만 편성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이와 함께 협의회는 서울 자치구에 대한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 기준 보조율을 현행 20%에서 50%로 상향 조정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의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 기준 보조율은 서울시가 평균 20%, 기타 시·도가 50%다. 서울에선 영유아 보육사업 예산을 정부와 서울시, 자치구가 각각 20%, 40%, 40% 부담한다. 또 협의회는 서울시와 시의회에도 “시의 조정교부금 교부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자치구 재정 확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