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경제민주화와 개헌 등 굵직한 대선 이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를 둘러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의 현격한 입장 차가 노출됐음에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기존 순환출자 유지' 입장을 재확인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당내 비박(비박근혜)계를 대표하는 이재오 의원의 지속적인 분권형 대통령 개헌 요구에 이렇다 할 응답을 하지 않은 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만 제시한 것도 박 후보의 `강수'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에 역할을 한 김종인 위원장, 당내 통합ㆍ화합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이재오 의원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야권의 `단일화 바람'이 점차 거세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당내 논쟁을 거듭하기보다 서둘러 `박근혜표 공약'을 마련, 대권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1일 중앙선대위 회의후 만찬에서 "국민을 믿는다.

뚜벅뚜벅 가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마이웨이' 행보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중앙선대위 핵심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참모 입장에서 정책을 제안하는거지 최종 결정은 후보가 할 일"이라며 "박 후보로서는 대통령이 됐을 때의 국정수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전날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 순환출자 논쟁과 관련해 신속한 정리에 나선 점도 맥을 같이한다.

한 관계자는 "후보가 어제 회의에서 작심하고 한 발언이라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경제민주화 종합정책을 금주 중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순환출자를 비롯한 일부 사안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실기할 수 없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내가 만든 안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욕심일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후보 측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갈등 양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고위관계자가 "김 위원장 중심의 국민행복추진위가 마련한 경제민주화 정책은 수십가지"라며 "이들 정책 하나하나가 순환출자만큼 중요하고 대부분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박 후보는 개헌 문제에 있어도 `정략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의원을 중앙선대위에 끌어들이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으로 받아들이는 식의 `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핵심관계자는 "개헌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더라도 박 후보는 `개헌이 협상 도구가 될 수 없다'고 자를 것"이라며 "박 후보가 `집권 후 국민 공감대를 확보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현 시점에서 개헌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프 주변에서는 김종인 위원장과 이재오 의원의 `고집'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

다만 박 후보의 이 같은 `강경모드'가 당내 결속력을 끌어올리는 데 장애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박 후보가 제시할 경제민주화 정책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한 의원은 "순환출자 문제에 대한 박 후보의 입장은 `경제민주화 후퇴' 인식을 줄 수 있다"며 "박 후보가 발표할 경제민주화 정책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박 후보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특정 이슈에 대해 이견이 있더라도 소리가 안나도록 정리를 했어야 한다"며 "이는 후보의 리더십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왜 안돕냐'고 푸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