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교수가 최근 한국경제법학회 세미나에서 기업인이 적법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경영 행위엔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상법에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임죄는 경영 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 개입이며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파괴해 결국 국가경제에도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기업인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기업에 손실을 끼치면 업무상 배임이다. 유독 한국과 독일에만 존재하는 희한한 제도다. 적지 않은 기업경영자들이 업무상 배임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다. 위험과 이익의 담벼락 위에서 매일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기업인들이다. 불완전한 지식과 정보에 따른 리스크를 무릅쓰고 기업의 창조적 혁신을 일으키려 애쓴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기업의 명운을 걸고 밀고 나간 것이나 현대차가 불투명한 시장상황에서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는 것 모두가 엄청난 불투명성에 도전해가는 기업가 정신이다. 삼성이 반도체에 올인할 당시 국가경제를 파멸에 이끌 것이라고 위협하고 경고한 사람들은 부지기수였다. 그런 모험적 투자가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실패했더라면 반대론자들이 국가와 기업에 손실을 끼쳤다며 어떻게 대응했을지 모른다. 이를 소송이나 처벌대상으로 삼는다면 어떤 기업가들도 기업을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예 법원의 결정이 경영자의 판단에 앞설 수 없다며 경영판단의 원칙을 못박고 있다. 기업인이 독립적이며 선의에 입각해 업무를 판단한다면 비록 그 결과가 회사에 손실을 끼쳤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영판단 원칙은 이미 1829년 버지니아 법정에서 확립되었다. 한국과 함께 업무상 배임죄를 처벌하는 독일조차 증권거래법을 통해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도록 경영자 책임을 감면하고 있다. 업무상 배임은 형사범죄가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를 낳을 뿐이라는 게 세계 사법 체계의 공통된 흐름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흐름에 편승해 업무상 배임죄를 더욱 엄중하게 처벌하고자 한다. 기업가의 위험 부담행위를 범죄로 보는 정말 특이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