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 명부 확인 안 되는 투표소 많아
일부 유권자 투표 못해 발 동동
오바마 전국 득표율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듯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지역인 미국 뉴욕과 뉴저지주 일부 지역에서는 6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투표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많은 유권자가 혼란을 겪었다.

뉴욕과 뉴저지주 선거 당국은 침수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지역의 투표소 240여 곳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유권자들은 영하권을 맴도는 추운 날씨에다 계속된 `주유 대란'으로 자동차 기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애써 투표소를 찾았지만 헛걸음인 경우가 허다했다.

다수의 임시 투표소가 제대로 된 선거인 명부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친구와 함께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러더퍼드 고교에 설치된 임시 투표소를 찾았던 로라 닌저는 선거 담당자로부터 `잠정투표'(provisional ballot) 용지를 건네받았다.

잠정 투표는 선거인 명부에 없는 유권자를 일단 투표하도록 한 뒤 나중에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의 유효성을 가리는 제도다.

닌저는 자신이 진작 유권자 등록을 마쳤다고 강하게 항의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결국 다른 투표소로 가서 신분을 확인한 뒤에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닌저는 블룸버그 통신에 "투표소에서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사는 필리스 비어드(74.여) 부부도 신분 확인이 안 돼 투표소를 계속 옮겨다녀야 했다.

오션사이드 고등학교의 투표소가 3번째라는 그는 "기름이 없어 차를 이용할 수 없는데도 선거 담당자들은 `이곳으로 가라, 저곳으로 가봐라'는 말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어드는 `샌디'로 인해 집이 물에 잠겼고 승용차는 2대 모두 못쓰게 됐다.

그는 "투표소에 선거인 명부와 투표 용지, 부스 등이 하나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화가 나서 선거 당국 사무실로 전화를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민'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면서도 투표를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한 유권자도 있었다.

뉴저지주 마노호킨에 있는 집이 `샌디'로 부서진 이후 애틀랜틱 시티의 호텔에서 생활하는 가브리엘 호이트(44)는 이날 64㎞를 달려 투표소에 도착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도우려 왔다"며 "뉴저지의 많은 유권자들이 `샌디'로 선거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의 한 표는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과 뉴저지주의 날씨는 상당히 쌀쌀한 편이다.

새벽에는 최저 기온이 섭씨 영하 4도까지 떨어졌다.

`샌디'가 강타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100만 가구에는 여전히 전기 공급이 안 되고 있다.

뉴욕시는 투표율을 높이려고 가장 심각한 피해 지역인 스태튼 아일랜드과 코니 아일랜드, 락어웨이 등지의 유권자들을 위해 임시 버스노선을 운영했다.

앞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피해지역 주민들이 이날 오후 8시까지 이메일이나 팩스 등을 통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뉴욕과 뉴저지주 투표소에서 발생한 혼란은 대선 결과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지역의 투표율이 저조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전국 득표율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