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마음을 잘 아는 여자들이 만든 아파트입니다.”(정명수 SK건설 분양소장)

2일 찾은 경기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 ‘시흥 배곧 SK 뷰’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여인천하’였다. 설계, 인·허가, 인테리어, 분양 등 아파트 기획·허가에서 마케팅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남성 위주의 건설업계에서 여성들이 주택공급 과정의 대부분을 주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마케팅을 총괄하는 정 소장은 SK건설의 첫 여성 분양소장이자 유일한 여성소장이다. 서울 역삼동 ‘개나리 SK뷰’ 단지에 이어 두 번째로 이 현장을 맡았다. 정 소장은 “정왕동에서 12년 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란 점과 서해바다와 중앙공원 조망이 탁월하다는 점이 마케팅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동(棟) 배치, 내부평면 등 단지 설계는 강윤정 건축설계팀 부장과 이미라 대리가 맡았다. 강 부장은 건축설계팀에서 여성 최고참이다. 여성·노약자의 안전과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도둑이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스배관을 옥내에 배치했다. 놀이터에는 2개 이상의 CCTV를 두게 했다. 발코니 등 집안의 여분 공간도 기존 아파트보다 두 배 정도 넓게 확보했다. 보통 전용면적 59㎡형의 서비스 면적이 19㎡ 정도(약 6평)지만 이 아파트는 39㎡(약 12평)나 된다.

강 부장은 “설계를 몇 번이나 엎었는지 모른다”며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 만족도가 높았는데도 내부 여자들(?)이 개선안을 자꾸 내는 바람에 수정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벽지 타일 가구 등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를 맡은 박영주 디자인팀 과장은 “주부들이 아쉬워하는 게 수납공간”이라며 “소형 평형에도 창고 공간을 들이는 등 다양한 수납공간을 곳곳에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조성근/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truth@hankyung.co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