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조18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0.4%였다. 삼성전자에 비해 영업이익은 4조원 많고, 영업이익률도 두 배나 높다.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속에서도 30%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는 사실에서 애플을 재평가하게 된다.

애플의 놀라운 실적은 1차적으로는 창의성과 혁신에 기인한다. 그러나 부품업체를 도산시키는 냉혹한 ‘애플식 경영’이 뒷받침된 것이기도 하다. 애플은 납품업체에 공급가 인하를 혹독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폰을 하청생산하는 중국 폭스콘은 이익률이 1%에 불과하다. 생산제품 100대 중 1대만 불량이 나도 적자를 요구할 만큼 무자비하게 옥죈다.

슈퍼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서 2~3개 부품회사 간에 기술을 공유토록 강요하기도 한다. 특정 기술을 가진 회사가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없도록 기술을 평준화해버리는 것이다. 신기술로 만든 제품이나 재고품은 애플 아닌 다른 회사에 납품할 수도 없다. 일본 시코사처럼 애플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도산한 업체들도 생겨난다.

그러나 애플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가부터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는 경영의 기본이다. 물론 불법적으로 납품가격을 후려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법이 허용하는 범위라면 최대한 원가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하다. 못 견디는 업체는 시장에서 도태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협력업체도 강해지고 산업생태계가 튼튼해진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그런 기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애플식 경영을 국내에선 꿈도 꿀 수 없다. 기업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삼성전자 납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애플 남품사들보다 두세 배 높은 6~7%라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고생하는 부품업체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는 어이없는 말도 들어야 한다. 해외에만 공장이 있어 정작 미국에선 고용도, 납세도 변변치 않은 애플이다. 그런 애플을 ‘동반 성장의 모델’(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로 둔갑시킨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경제민주화의 타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