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판교 아파트 6개월새 1억 추락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판교 신도시 아파트값이 올 들어 1억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단기급락 상황을 보이고 있다. 신도시 내 1가구 1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면제조건(입주 3년차)이 충족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물소진이 안 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도세 면제 매물이 쌓이면서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교역 인근의 경우 신분당선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데다 판교테크노밸리 내 입주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신규주택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6개월 새 1억원 하락

'로또' 판교 아파트 6개월새 1억 추락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판교 신도시 아파트값이 올 들어 서판교는 물론 신분당선이 개통된 동판교 역세권 일대도 꾸준히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 8억3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백현마을2단지 전용면적 84㎡형은 최근 7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7억원 안팎의 급매물까지 나오고 있다. 판교역에서 거리가 떨어진 단지들은 가격 하락폭이 더 가파르다. 지난 3월 6억8000만원에 거래된 봇들마을1단지 전용 82㎡형은 이달 들어 5억9500만원까지 하락했다.

2006년 이후 3억7000만~4억1000만원(전용 84㎡형)에 분양된 판교 아파트는 지금 팔아도 입지에 따라 2억~3억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게다가 1가구 1주택자들의 양도세 면제시점이 지나자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판교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에 팔았을 경우 7000만~9000만원(전용 84㎡형 기준)의 양도세를 내기 때문에 상당수의 집주인들이 매도 시점을 올해로 잡고 기다려왔다”며 “하지만 일시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양도세 절약분만큼 매매가격이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매수자들은 추가하락을 기대하면서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삼평동 봇들마을 인근 참조은부동산 이상규 대표는 “집을 사려는 대기 수요는 많은데,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매수·매도자 희망가격 차이가 3000만원 이상 벌어져 있다”고 말했다.

○시세전망은 엇갈려

6년 전 분양 당시 ‘로또’로 불린 판교 신도시 아파트에는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 세대주가 대부분 당첨됐다. 백현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세 면제 혜택 대상에 포함된 1가구 1주택자들이 워낙 많아 당분간 이들이 내놓는 매물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며 “특히 대출을 낀 집주인들이 적지 않아 연말까지는 집값이 떨어져도 매물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판교의 급락상황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대행업체인 타이거하우징의 김태욱 사장은 “판교 신도시는 주거환경이 뛰어난 편이어서 양도세 면제혜택에 따른 매물적체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물이 해소되고 주택경기 회복조짐이 보일 경우 빠르게 반등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성환 알리안츠생명 WM센터 차장은 “판교역 인근의 경우 84㎡형이 6억원대라면 매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