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30년, 한화 135배 커졌다
60년 전인 1952년 김종희 한화 창업주는 조선화약공판을 인수해 한국화약을 설립했다. 당시 서른 살의 젊은 사업가는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화약 사업을 시작하며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그해는 김 창업주의 장남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태어난 때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이 9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아버지의 30년’을 아들이 30년째 이어온 게 한화의 역사다. 1981년 아버지의 갑작스런 작고로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기업을 물려받은 김 회장은 그룹의 탄생기와 성장기를 함께 해왔다.

그러나 그룹 창립 60주년 생일은 임직원들과 함께하지 못한다. 지난 8월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한화는 김 회장의 60주년 기념사도 없이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창립기념일을 맞게 됐다.

부침이 심한 국내 경영환경 속에서도 한화는 꾸준히 성장했다. 1950년대 당시 1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은 한화를 포함해 7곳뿐이다.

김 창업주는 석유화학과 기계산업 등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 한화를 국내 10대 기업 반열에 올려 놓았다. 1952년 창립 당시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해 첫 해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30년 후인 1981년에는 총자산 7548억원, 매출 1조1079억원의 회사로 커졌다.

뒤를 이은 김 회장은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컬을 인수했다. 1985년엔 정아그룹(현 한화호텔&리조트)을, 이듬해에는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을 각각 사들여 레저와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00년대 들어 대한생명(현 한화생명)과 신동아화재(현 한화손해보험)를 인수해 금융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었다.

한화는 김 회장이 선대 회장에게 물려받은 1981년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지난해 기준 그룹 총자산은 101조6590억원으로 135배, 매출은 35조950억원으로 32배 불어났다.

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동양에서 60주년은 한 주기의 완성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듯이 한화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인수해 태양광 사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올 들어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을 사들여 중국, 독일, 미국으로 태양광 사업 네트워크를 넓혔다. 이라크에서 9조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김 회장의 글로벌 경영 방침에 따라 한화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와 2차 전지용 양극재 등에서도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

한화는 6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그룹의 핵심 가치를 ‘신용과 의리’를 기반으로 ‘도전과 헌신, 정도’라는 핵심 가치를 더했다. “60주년을 맞아 새 시대에 어울리는 젊은 한화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한 김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