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추석 보내기
운전 2시간마다 휴식
오래 운전하면 종아리근육 수축
정맥피 순환 안돼 혈전 생길수도
등받이 세우고 가야 피로 덜 쌓여
성묘갈 땐 무조건 긴 옷
풀잎 스친 후 가렵고 물집
'접촉성 피부염' 주의
태풍 지나간 지역은 특히 조심
쓰쓰가무시병 등 가을철 발열성질환도 명절의 복병이다.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에 성묘 벌초 논밭작업 등을 하는 과정에서 가을철 발열성 질환에 감염되기 쉽다”며 “특히 태풍 홍수 등 피해 지역에서는 각별히 주의하라”고 지적했다. 명절증후군과 불시에 걸릴지 모르는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추석을 보내는 법을 정리했다.
○운전은 2시간마다 휴식을
창문을 닫고 장시간 운전을 하면 몸 안의 이산화탄소가 축적돼 졸음이 오기 쉬우니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 줘야 한다. 2시간 운전 뒤에는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의 정맥피가 순환하는 힘은 주로 다리 장딴지 근육이 수축할 때 발생한다. 한 자세로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 장딴지 근육 운동을 할 수 없게 되고 정맥피 순환이 안 돼 혈전이 생성될 수도 있다.
정체 속에서 가다서다 운전을 장시간 하게 되면 집중력과 전방 주시력이 떨어지기 쉽다. 전방주시력이 떨어지면 앞차의 뒷부분을 들이받는 후방추돌 위험이 높아진다. 후방추돌의 경우 과속으로 인한 대형 사고보다 부상 부위는 경미할 수 있지만 목 부위에 상해를 입을 확률이 매우 높다. 후방추돌 시 목이 순간 뒤로 젖혀졌다 앞으로 꺾이는 ‘경추염좌’를 당하면 신경이 손상될 수 있고 하악관절과 경추에 무리가 간다. 송준혁 바른세상병원 원장은 “서행 시 접촉사고로 목 부상을 당했을 경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손발저림 이명 안면마비 등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운전하는 것은 오히려 더 피로감을 주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엉덩이가 운전석과 멀어질수록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눈을 자주 깜빡여 눈물이 각막을 적실 수 있도록 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특정 질환 환자들은 음식 가려 먹어야
명절 음식은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특정 질환 환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 환자의 경우 혈당 유지를 위해서는 당질 및 열량을 많이 함유한 송편 과일 토란 등을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송편 8~9개는 밥 한 그릇의 열량을 갖고 있다. 송편의 소로 많이 사용하는 깨 팥 콩 녹두 밤 등은 신장질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포타슘이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식혜나 수정과 등 전통음료도 단순당이 많으므로 소량씩 먹어야 한다.
심장질환 환자 역시 단백질 염분 포타슘 인 등 여러 영양소가 풍부한 추석 음식이 부담이 된다. 갈비와 잡채, 각종 전류는 다른 음식에 비해 기름을 5~10배나 더 함유하고 있으므로 심부전 환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질환 환자도 불고기 생선 등 고단백 식품을 과다 섭취할 경우 요독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도 마찬가지다.
연휴에는 적응력이 약한 소아는 물론 성인들도 과음·과식 등으로 소화장애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소화제를 준비해 두는 게 좋다. 만약 배탈과 설사를 한다고 설사약(지사제)을 함부로 먹으면 안 좋다. 설사는 소화기관의 자연방어 반응이므로 약을 먹으면 오히려 균이나 독소의 배출을 막아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소화제 등과 함께 음식 섭취를 자제해 위를 공복 상태로 두는 게 좋다. 박창해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명절음식은 고열량 고콜레스테롤이 대부분으로 혈압을 급격히 높이거나 고혈압·동맥경화증 환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식탐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묘 등 야외활동 시 열성질환 조심
성묘나 산행을 하다 보면 풀이나 나뭇잎에 스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며 물집이 생기는 ‘접촉성 피부염’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산행을 할 때는 소매가 긴 옷과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벌초나 성묘, 산행 시 걸릴 수 있는 가을철 발열성질환인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쓰쓰가무시병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3개 질환은 사람 간 전염되지는 않지만 만약 걸리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국내 들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줄쥐가 주요 감염원이다. 도시 지역의 시궁쥐 곰쥐 등도 원인균을 갖고 있다. 이들의 배설물에 오염된 먼지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거나 배설물과 직접 접촉하는 경우 감염된다. 처음에는 고열 두통 복통 전신쇠약감 등 증상을 보이다 저혈압 쇼크가 올 수 있다. 신장 기능이 저하돼 신부전에 빠지거나 출혈 증상이 보일 때는 예후가 좋지 않다. 예방 백신이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집쥐 들쥐 족제비 여우 개 등 동물의 소변으로 균이 배출돼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이것이 피부의 미세한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 1~2주간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전신근육통 황달 등이 나타난다. 항생제를 초기에 사용하면 치료가 잘 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홍수 발생 뒤에 발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최근 수해를 입은 지역 주민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쓰쓰가무시병은 등줄쥐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때 걸린다. 3대 질환 중 가장 흔하며 매년 전국적으로 수천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근육통 발진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검은 딱지가 앉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도움말=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창해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송준혁 바른세상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