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의 상징인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 있는 많은 진(鎭·한국의 면에 해당)들이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년간 연평균 11%의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둥관의 위기는 중국 지방정부 재정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홍콩 중산(中山)대 조사에 따르면 둥관시 584개 진 중에서 60%가 적자재정 상태에 빠졌다. 스파이(石排)진은 재정수입이 연 3억위안이지만 부채가 31억위안에 달했다. 창핑(常平), 장무터우(樟木頭)진도 부채 규모가 각각 22억위안, 16억위안이나 된다. 둥관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1980년대까지 조용한 농촌 지역이었던 둥관은 개혁·개방으로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하이테크 제조업기지로 발전했다. 당시 150만명에 불과했던 인구도 이주 노동자들이 늘면서 800만명으로 불어났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에 집을 지어 이주 노동자들에게 임대했고 진 정부도 공용토지를 공장에 임대해 돈을 벌었다.

임금 등 원가 상승과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둥관을 떠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임대료가 폭락하면서 진 정부와 주민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지역의 임대료는 2007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에서 막 꽃피기 시작한 풀뿌리 민주주의에 따른 부작용도 재정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이다. 둥관의 많은 진 정부들은 보통선거로 지도자를 뽑는다. 후보들은 주민들에게 공공토지 임대수입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더 많이 주겠다고 공약을 남발했다. 린장 홍콩 중산대 교수는 “일부 드문 경우지만 가정당 월 1만위안을 주겠다고 한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재정 악화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자 이들은 연 30%의 고금리로 지역 은행에서 돈을 빌려 배당금을 퍼줬다.

둥관시의 이런 위기는 한동안 잠잠했던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2010년 말 10조7000억위안에 달했다. 그러나 무디스는 실제 부채가 14조2000억위안에 이른다고 밝히는 등 규모에 대해 논란이 많다. 더욱 문제인 것은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공공토지 매각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의 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무원 산하 발전개혁위원회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3분기에만 5조위안이 넘는 공공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