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安·文 캠프, 치열한 '교수 영입' 경쟁

서울대 교수들이 대거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선 캠프를 가리지 않고 '정책 브레인' 역할을 맡기려 각 분야 전문가인 교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까지 각 캠프에 공식·비공식적으로 참여한 교수 규모는 5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직접적 캠프 참여부터 정책 자문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교수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머리가 복잡해질 사람은 홍기현 서울대 교무처장이다. 각 캠프의 굵직굵직한 자리에 서울대 교수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교무처장은 해당 대학교수들의 휴직, 면직, 연구년 등 교원 인사와 수업 및 학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박근혜 캠프는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송 교수는 20여 년간 정치권에 참여하지 않으며 '합리적 중도파'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에서 재벌과 대기업이 복지 분야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대기업 규제 완화와 주주 자본주의, 불공정 거래 규제와 순환출자 단계적 실시 등 균형 잡힌 정책을 제안했다.

최근까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한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도 정년퇴임과 함께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을 도우면서 박 후보에게도 자신의 전문 분야인 교육 정책을 조언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학과 교수는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맡았다. 박 후보의 역사 인식 논란, 다른 후보들의 안보관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철수 캠프에도 서울대 교수들이 많이 보인다. 안 후보 스스로가 출마 전까지 서울대 교수로 보직(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았던 만큼 학내 인맥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Y 교수는 안철수 캠프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캠프에 합류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책 네트워크 혁신포럼 '내일'을 이끈다. 홍 교수는 경제 정책 좌장 격으로 알려졌으나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전격 영입으로 네트워크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도 안철수 캠프의 정책 네트워크 '내일' 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유죄 확정에 따라 치러지는 교육감 재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캠프의 경우 정책 자문과 조언으로 힘을 보태는 교수들이 눈에 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문 후보의 정책자문그룹 '담쟁이포럼'에서,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남북경제연합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각각 저성장·고령화 등 복지 문제, 남북 관계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문 후보에게 조언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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