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감정노동자와 전화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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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의 익명성 뒤에 숨어 욕설·성희롱
'전화 친절히 하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박재영 <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pjy5454@korea.kr >
'전화 친절히 하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박재영 <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pjy5454@korea.kr >
전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1876년에 전화가 발명되고 모바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1세기여 만에 전화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전화에 숨어 있는 익명성이 가지는 치명적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을 때 비상당직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당직실에 걸려오는 전화는 전부 녹음을 하게 되어 있었다. 일일이 다 받을 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전화 내용에 욕설이 많기 때문이었다. 어찌나 심한 욕설을 하는지 차마 들을 수가 없을 때도 많았다. 술이 잔뜩 취해서 몇 시간이고 떠드는 사람도 많았다.
작년에 정부민원을 처리하는 국민권익위로 자리를 옮기고 보니 권익위가 정부민원을 전화로 상담하고 안내해주기 위해 운영하는 110콜센터도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 134명의 상담 전담직원들이 매일 7000~8000건의 민원상담 전화를 받는데(작년 총 218만건, 올해 현재까지 156만건) 상당수가 다짜고짜 욕을 하거나 성희롱 또는 협박을 한다고 한다. 대다수가 여직원인데 이런 전화를 한 번 받고 나면 하루종일 일할 맛이 안 나고, 정신적으로는 요즘 시쳇말로 ‘멘붕상태’라고 호소한다.
전화선 뒤에 숨어서 딸, 아들 같은 상담원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성희롱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민원 전담 조사관들도 민원인들로부터 매일 많은 전화를 받는데 민원처리가 마음에 안 들면 욕부터 한다고 하니 그 폐해가 심각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나는 여러 번 이 문제를 접하고 110콜센터 상담원들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스트레스 진단을 확대했다. 또한 이런 전화가 오면 일단 들어보고 ‘지금 민원인께서 하시는 말씀은 전화폭력에 해당되며, 이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몇조에 위반되어 형사고발 될 수도 있다’는 사전 경고를 2~3회 한 후 끊어버리도록 권유했다.
그런데 상담요원이나 직원들은 전화 친절도 조사 때문에라도 이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전화 받는 상담원이 오히려 불친절하다고 신고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긴 IMF 경제위기 때는 전화 친절도를 측정해서 하위 순위는 구조조정을 했으니 친절한 응대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각종 서비스 콜센터 직원들, 특히 백화점이나 마트 직원 등 소위 ‘감정노동자’들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수백명의 서비스 요원이 전화를 받거나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매일 전화폭력에 시달리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이직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백화점 등에서 뾰족한 대책이 없냐고 권익위에 하소연하고 있으니 정말 큰일이다.
전화폭력도 ‘전폭(電暴)’(‘주취자 폭력’을 ‘주폭’이라고 하듯이)이라고 하여 범죄로 다스리고 이제는 ‘전화 친절히 받기 운동’만 할 게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전국민 전화 친절히 하기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박재영 <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pjy5454@korea.kr >
그런데 이 전화에 숨어 있는 익명성이 가지는 치명적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을 때 비상당직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당직실에 걸려오는 전화는 전부 녹음을 하게 되어 있었다. 일일이 다 받을 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전화 내용에 욕설이 많기 때문이었다. 어찌나 심한 욕설을 하는지 차마 들을 수가 없을 때도 많았다. 술이 잔뜩 취해서 몇 시간이고 떠드는 사람도 많았다.
작년에 정부민원을 처리하는 국민권익위로 자리를 옮기고 보니 권익위가 정부민원을 전화로 상담하고 안내해주기 위해 운영하는 110콜센터도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 134명의 상담 전담직원들이 매일 7000~8000건의 민원상담 전화를 받는데(작년 총 218만건, 올해 현재까지 156만건) 상당수가 다짜고짜 욕을 하거나 성희롱 또는 협박을 한다고 한다. 대다수가 여직원인데 이런 전화를 한 번 받고 나면 하루종일 일할 맛이 안 나고, 정신적으로는 요즘 시쳇말로 ‘멘붕상태’라고 호소한다.
전화선 뒤에 숨어서 딸, 아들 같은 상담원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성희롱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민원 전담 조사관들도 민원인들로부터 매일 많은 전화를 받는데 민원처리가 마음에 안 들면 욕부터 한다고 하니 그 폐해가 심각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나는 여러 번 이 문제를 접하고 110콜센터 상담원들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스트레스 진단을 확대했다. 또한 이런 전화가 오면 일단 들어보고 ‘지금 민원인께서 하시는 말씀은 전화폭력에 해당되며, 이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몇조에 위반되어 형사고발 될 수도 있다’는 사전 경고를 2~3회 한 후 끊어버리도록 권유했다.
그런데 상담요원이나 직원들은 전화 친절도 조사 때문에라도 이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전화 받는 상담원이 오히려 불친절하다고 신고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긴 IMF 경제위기 때는 전화 친절도를 측정해서 하위 순위는 구조조정을 했으니 친절한 응대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각종 서비스 콜센터 직원들, 특히 백화점이나 마트 직원 등 소위 ‘감정노동자’들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수백명의 서비스 요원이 전화를 받거나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매일 전화폭력에 시달리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이직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백화점 등에서 뾰족한 대책이 없냐고 권익위에 하소연하고 있으니 정말 큰일이다.
전화폭력도 ‘전폭(電暴)’(‘주취자 폭력’을 ‘주폭’이라고 하듯이)이라고 하여 범죄로 다스리고 이제는 ‘전화 친절히 받기 운동’만 할 게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전국민 전화 친절히 하기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박재영 <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pjy5454@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