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와 토지는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LH는 2007년 9월 정부청사 부지 공급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5년간 공공청사용지·주택용지·상업용지 등 총 1210필지에 이르는 각종 용지를 공급했다. 이 중 1202필지 판매에 성공해 분양률이 99.3%에 달한다. 100%에 육박하는 이 같은 토지 분양률은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1, 2기 신도시는 물론이고 LH가 시행하고 있는 산업단지와 경제자유구역 등 188개의 각종 개발사업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세종시 내 아파트 분양도 이전기관 종사자는 물론 전 국민의 높은 관심 속에 100% 청약률을 이어가고 있다. LH가 건설 후 분양한 첫마을 아파트 5158가구는 물론이고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 1만6798가구도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지방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소형주택 2866가구도 뜨거운 청약 열기 속에 분양 성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종시 건설 불확실성 해결

세종시의 인기 비결은 △정부 청사 이전 확정 △명품도시 입소문 △저렴한 분양가 등으로 요약된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건설사들은 ‘세종시가 과연 계획대로 건설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품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2008년 이후 세종시에서 공급된 공동주택(아파트) 용지를 사려는 건설사들이 없었다. 이미 용지를 매입한 일부 업체가 토지를 반납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 8월 정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하는 등 당초 계획대로 세종시 건설을 진행하자 민간의 불안이 해소되면서 토지 및 주택의 분양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 첫마을 아파트가 높은 청약열기 속에서 분양된 이후 공동주택용지, 상업업무용지 등이 100%에 육박하는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15일 국무총리실 1진이 세종시로 이사해 17일부터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12개 기관이 세종시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교육·주거 여건 좋은 명품도시

지난해 12월 세종시 첫마을에 입주한 주부 김모씨(43)는 세종시의 생활여건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쓰레기 자동 처리시설(자동크린넷)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어서다. 올해 초 개교한 참샘초등학교와 한솔중학교는 우수한 시설과 첨단 교육 등으로 대전과 공주 등 인근 도시 학부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기에 과학고와 특목고, 국제고 등 우수한 학군 형성이 점쳐지면서 세종시로 이주하려는 수요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실제 첫마을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수 급증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씨는 “대전에 살고 있는 친구들 중 상당수가 자녀 교육을 위해 세종시로 이사를 오고 싶어 한다”며 “이전 기관 공무원 자녀들까지 입학하면 예전 서울 강남의 8학군 못지 않은 교육 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첫마을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동크린넷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주민이 쓰레기 봉투를 집 근처 투입기에 넣으면 처리시설까지 배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자동으로 처리돼 악취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 19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첨단교통 수단인 바이모달트램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 밖에 자전거 전용도로 등 기존 도시와는 차별화되는 각종 첨단시설이 세종시에 많다.

◆투자수익도 기대

조성 초기 단계인 세종시는 분양가가 저렴하다. 인근 대전 도안, 노은지구 아파트 분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다.

여기에 명품도시에 대한 기대, 행정기관 이전 후 발전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세종시 아파트의 1순위 마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인기는 공동주택용지 등 주택용지와 상업업무용지 등 토지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세종시가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올해 세종시에서 공급된 상업업무용지와 근린생활용지 등은 모두 주인을 찾았고, 입주에 들어간 첫마을 아파트는 수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어있다.

◆연말까지 982필지 공급

떠오르는 세종시에는 새 땅들도 쏟아진다. 세종시에 편입된 토지 등을 보상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협의양도인 택지와 상업업무용지, 그리고 일반공급 추진하는 공동주택용지와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등 총 982필지가 신규 공급된다.

우선 내달 말에는 세종시 건설사업에 편입된 토지 등을 협의로 양도한 소유 자들에게 협의양도인 택지를 공급하고, 2생활권에서 민간에 처음 분양하는 공동주택용지는 설계공모를 통해 공급함으로써 다양하고 개성있는 아파트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세부적인 설계공모 방안을 마련 중이다.

오는 12월에는 일반을 대상으로 처음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14필지를 공급한다. 블록형 단독주택용지는 조성공사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로 공급해 가격이 저렴하다. 매입자들이 자신들의 계획에 맞춰 다양하고 특색있게 부지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토지 등 보상금 중 일정 금액 이상을 정기 예금에 예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근린생활용지 및 상업용지를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공급한다. 보상금예치제는 토지 등 보상으로 인한 주변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보상금을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한 수요자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LH 관계자는 “세종시의 발전 가능성과 지금과 같은 매각 추세를 볼 때 신규 공급 토지의 매각 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