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으로부터 20년간 감금과 폭행을 당해 온 A씨는 지난 2003년 남편 B씨를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B씨의 형사재판에 피해자이자 증인으로 나온 A씨는 증인 선서문을 쓰던 중 B씨가 미리 준비해 온 흉기를 휘두르는 바람에 머리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2006년 의정부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C씨는 재판부가 벌금 30만원을 선고하자 차에서 등유가 든 통을 들고 와 온몸에 뿌린 뒤 법정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분신을 기도했다.

이런 사례들처럼 재판에 불만을 품은 소송 당사자 등이 흉기를 반입해 재판관이나 증인 등을 공격하거나 자해하는 행위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법원에 엑스레이(X-ray) 탐지기가 설치된다.

법원행정처는 10월 초순까지 대법원과 전국 고등법원(특허법원 포함)에 컨베이어벨트식 엑스레이 소형 화물 탐지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엑스레이 탐지기를 고등법원에서 운영해본 뒤 일선 지방법원으로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추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장비 운용ㆍ관리 요원들에 대한 교육도 할 예정이다.

현재 각급 법원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다.

금속물질이나 흉기 등을 반입하다가 감지될 경우 방호원이 직접 몸이나 가방 등을 수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플라스틱 흉기 등이 반입될 여지도 있어 엑스레이 탐지기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관이나 증인, 사건당사자는 물론 방청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몸이나 가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과거부터 출입 검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법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서울고법에서 근무 중인 한 방호원은 "간혹 법정에 들어가려는 방청객 중 수상해 보이는 사람의 소지품을 검사하는데 가방에서 흉기가 발견된 사례가 가끔 있었다"면서 "일이 많아질 수 있지만 엑스레이 검사는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한지훈 기자 pdhis959@yna.co.kr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