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보육예산안의 핵심은 소득상위 30%에 대한 월 지원금액을 10만~20만원 일괄 삭감하면서 양육보조금 지원대상을 기존 차상위계층에서 소득하위 70%로 확대한 것이다.

비록 소득상위 계층에 대한 혜택을 축소한 것이긴 하지만 전계층 무상보육 실시 7개월만에 이뤄진 ‘복지의 후퇴’라는 점에서 초유의 정책 전환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무상복지 확대를 주창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도 볼 수 있다.

○무엇이 달라지나

우선 0~2세 아이를 둔 월소득 인정액 하위 70% 가구는 보육시설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월 10만~20만원의 양육보조금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 연령별 지원액은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세 10만원 등이다.

지금까지는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차상위 계층(소득하위 약 15%)만 같은 금액을 양육수당으로 받아왔다. 양육보조금 지원 여부의 기준이 되는 소득 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주택·자동차 등 재산 환산액을 더한 것으로, 올해 기준을 적용하면 4인 가구 월 소득 인정액이 524만원보다 적으면 받을 수 있다.

소득 인정액 기준 상위 30% 가구는 0~2세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낼 경우 10만~20만원 정도 자기 돈을 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 보육·교육 통합 프로그램인 ‘누리과정’에 해당하는 3~5세는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면 소득 수준 등에 관계없이 모든 가구가 무상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올해의 경우 3~5세라도 소득 하위 70%까지만 무상보육 대상이었지만 내년부터 전면 확대되는 것이다.

○역시 예산이 문제

이번에 마련된 보육지원체계 개편에 따라 내년에 필요한 ‘만 0~2세 양육·보육액’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4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조6000억원보다 1000억원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양육보조금 지급 대상이 기존 차상위계층(소득하위 약 15%)에서 소득하위 70% 가구로 크게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 대목에서 정부가 소득 상위 30% 가구의 양육보조금을 삭감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지금처럼 소득에 관계없이 전면 지원(0~2세)을 한다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6419억원 정도다. 재정부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돈을 감당할 수 없다고 봤다. 올해 모든 가정에 0~2세 보육료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자체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중앙정부에 손을 벌렸기 때문이다.

○국회 통과 어려울 듯

정치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새누리당의 진영 정책위 의장은 “0~2세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모든 계층에 지급하자는 게 총선공약이자 당론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연말 예산심의 때 (당론을)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시행한 정책을 1년도 안돼 뒤집은 것으로 이명박 정부 스스로 보육정책의 무원칙 무능력 무철학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 같은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가 정부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장 여성단체 등이 오늘부터 항의 집회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준/김재후/이호기 기자 junyk@hankyung.com

■ 보육 vs 양육

시설보육과 가정양육의 줄임말. 보육은 영유아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뜻하며 영유아 보육법에 따라 국가가 보육시설을 운영 또는 지원하고 감독한다. 반면 양육은 가정에서 부모가 보살피며 키우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