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의 '울산 다짐'
“원가경쟁력에서는 중동과 미국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사진)은 18일 울산 제1공장의 EVA(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증설 준공식에 앞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방 사장은 “중동산 석유화학 제품의 원가 경쟁력은 기존 석화업체 대비 30% 이상이고 미국도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되면 범용 제품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고부가 EVA 증설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내년 9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합작법인의 범용 EVA 생산도 병행해 내년 EVA 생산규모를 세계 2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증설에는 1000억원이 투입됐으며 EVA 생산능력은 연간 4만 늘어났다. 이번 증설을 통해 생산하는 EVA는 VAM(비닐아세테이트) 함량이 22~40% 정도인 고함량 EVA다. 범용 EVA보다 투명성 접착성 유연성이 뛰어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주로 코팅, 태양전지용 시트, 핫멜트(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로써 한화케미칼의 고함량 EVA 생산능력은 연산 12만으로 확충됐다. 범용 EVA까지 포함하면 국내 생산량은 연간 16만이며, 연간 1000억원 정도의 매출효과가 예상된다.

한화케미칼은 1985년 국내 최초로 EVA를 생산한 이래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한화케미칼은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석화업체 시프켐과 합작해 범용 EVA를 연간 20만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주베일 석화단지에 건설하고 있다. 2013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하면 생산규모는 듀폰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방 사장은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 생산하게 되면 원료 가격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게 된다”며 “한·미 FTA로 2017년부터는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의 시너지 효과도 증설의 이유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방 사장은 “태양광 및 석유화학 사업은 주기 산업인데 지금이 저점인 것 같다”며 “앞으로 2년간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정리되면 2015년부터 태양광 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선 “올해 업황이 좋지 않아 사업 목표를 당초 계획의 60~65%로 낮춰 잡았다”며 “미국의 양적완화와 중국의 새 지도부 출범에 따른 경기부양책이 탄력을 받으면 4분기부터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울산=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