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 이달 중 국회에 제출된다고 밝혔다. 지난 3·22, 5·10 부동산대책 등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국회에 여러 번 제출됐으나 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는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전면폐지가 아닌 탄력 운용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주택은 보금자리주택,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민영주택,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주택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로써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시절이던 2007년 9월1일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도입된 지 5년 만에 폐기될 전망이다. 그러나 가격급등 우려지역에 대해 적용여지를 남겨 두었고 그나마 아직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국회통과를 확신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제학에서 가격통제는 수요 공급의 불일치를 초래하거나 상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경우 중의 하나다. 분양가상한제도 그동안 많은 문제를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상한으로 설정된 분양가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는 건설업자들이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을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주변 시세의 70~80% 선에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시작, 민간주택업자들은 보금자리주택 가격으로는 주택을 공급할 수 없어 소형아파트 공급량이 더욱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대형 아파트는 미분양이 증가하는데 소형 아파트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크기별 수급불일치 문제도 발생했다.

2007년에 56만가구였던 주택인허가량이 2008년 37만가구, 2009년 38만가구, 2010년 39만가구로 3년 연속 30만가구대에 머물렀다. 다행히 작년에는 55만가구로 회복되고 올해에는 60만가구가 예상되는 등 주택공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아파트 공급보다는 도시형 소형주택 공급증가에 따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결과는 아파트 전셋값 폭등이었다. 주택은 인허가 후 건설과 공급에 대략 2~3년 걸리므로 전셋값이 2009년 9월부터 상승하기 시작,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전체적으로 침체했던 2008~2009년을 제외한 2010~2012년 평균 9% 상승했다. 실제 위치에 따라서는 수천만원씩 상승한 곳도 허다하다.

전셋값 상승에는 공급량 감소 외에도 주택가격이 상승은커녕 하락이 예상되는 여건에서는 주택구입을 미루고 우선 전세로 살고보자는 심리도 한몫 한다. 그 밖에 1인 가구 증가 등 여러 사회적 요인들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전셋값 상승 주범이 공급은 감소하는데 수요는 증가하는 수급 불일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요공급을 시장에 맡겨 두었다면 전셋값이 이 정도로 상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셋값 상승으로 형편에 맞는 전세를 찾아 점차 서울 변두리로 나가는 전세유민들이 150만명에 이르고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기 위한 생계형 대출도 급증하는 등 파생되는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의 기본적인 문제는 택지비 건축비 등 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하면 적정 시장가격이 나온다는 오류다. 택지비만 하더라도 매입시기 금융비용 용적률 등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적정이윤은 회사의 고유한 판매전략 중 하나다. 이를 규제해서 통제하겠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수급불일치로 전셋값 상승만 초래해 수많은 서민들을 전세유민으로 만들고 있다.

이처럼 부작용이 큼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시절 도입된 부동산정책 중 몇 안 남은 정책이라고 해서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반대만 일삼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친서민 정책들이 결과적으로 반서민 정책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분양가상한제와 보금자리주택은 전형적인 경우다. 이제 아파트 값도 4년 연속 하락해 분양가상한제의 의미가 없어지고 오히려 부채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는 탄력 운용을 넘어서 전면 폐지해야 할 때다.

오정근 < 고려대교수·경제학 아시아금융학회장 ojunggun@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