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을 중개할 정치가가 없는 탓에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본 매체에서 나왔다.

25일자 마이니치신문은 양국 정치인을 잇는 끈 역할을 해온 한일의원연맹(한국)과 일한의원연맹(일본)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한일의원연맹은 지난 4월 총선거 이후 4개월이 지났는데도 새 회장을 정하지 못했고, 일한의원연맹도 2009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기능이 저하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양국의 초당파 의원연맹이 물밑에서 움직였지만, 이제는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외무성 간부의 코멘트를 전했다.

이 신문은 양국 의원연맹이 힘을 잃은 배경 중 하나로 한국 내에서 전체적으로 일본어 구사자가 줄었다는 점도 거론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들이 한국 사회의 주류를 이뤘지만, 2003년 고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한 뒤 한국 내 일본어 구사자가 무대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한국 외교통상부 안에서도 '일본통'이 두드러지게 퇴조했다고 덧붙였다.

도쿄신문은 "지금까지는 역사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삐걱거리면 상대국에 지인이 있는 정치가가 움직여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박철희 서울대 교수의 지적을 전했다.

박 교수는 "도대체 누가, 어떤 방법으로 신뢰감을 회복할지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사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국면"이라고도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