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악성 댓글 게시나 허위 사실 유포 등을 막기 위해 2007년 7월부터 도입한 인터넷 실명제는 수명을 다하게 됐다.

헌재는 23일 재판관 8인 전원 일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을 판단한 근거로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점 △인터넷 실명제 도입 후 불법 정보 게시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등 큰 효과가 없었던 점을 들었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며 “인터넷 실명제 도입 후 달성된 공익에 비해 이용자가 인터넷상에서 표현을 자제하는 등 불이익이 더 크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또 “불법 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인터넷 주소 추적·확인으로 가해자를 확인할 수 있고, 피해자도 정보 삭제 등의 조치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불법 정보 취급을 하지 말라는 명령 또는 손해배상 및 형사 처벌로 구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을 이제라도 폐지하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허위 사실 유포, 무책임한 글 올리기가 급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누리꾼 손모씨 등 3명과 미디어오늘은 인터넷 실명제 때문에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것은 사생활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고운/김주완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