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서울 전세시장 '빨간불'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올 들어 잠잠하던 서울 전세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1만여가구나 발생하는 데 반해 올가을 서울에서 완공되는 새 아파트는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재건축 단지가 송파·서초구 등 강남권에 집중돼 있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3%로 작년 같은 기간(7.8%)보다 크게 둔화되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재건축 신규 이사수요 1만여가구

가을 이사철 서울 전세시장 '빨간불'
15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이주를 앞둔 가구는 가락시영(6600가구)과 잠원동 대림(637가구) 반포동 한신1차(790가구) 상일동 고덕주공4단지(410가구) 등 9개 구역, 1만221가구에 이른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은 당장 이달 말부터 이주가 본격화된다. 재건축조합은 오는 25일부터 이주비를 지급하고 향후 6개월간 이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삿짐을 싸는 집들이 늘면서 주변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가락동 K공인 대표는 “연립주택 전셋값은 최근 한두 달 새 1000만~2000만원 올랐다”며 “이주가 시작되면 인근 전셋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500여가구가 한꺼번에 이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잠원과 반포 인근 중개업소에도 전셋집 문의전화가 늘고 있다.

◆준공 아파트는 작년보다 줄어

이주 수요는 늘어난 반면 올가을 집들이가 이뤄질 신규 아파트는 작년보다 줄었다. 일반적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의 30~40%가 전세 물건으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공급 감소에 따른 전세난이 우려된다는 게 중개업계의 예상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오는 9~11월 서울 입주예정 아파트는 7867가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9728가구)보다 19.1% 감소한 수준이다. 상도동 상도엠코타운(9월·1559가구)과 서대문 가재울뉴타운(10월·3293가구) 등 대단지 입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으로 1~2인 거주용 주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전용면적 30㎡ 안팎의 소형주택은 3~4인 가구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가 강남과 인근 성남·하남시로 이동할 경우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난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에서 빠져 나오는 전세 수요를 감당해야 할 수도권 새 아파트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 입주예정 아파트는 2만4268가구로 작년(3만7568가구)보다 35.4% 감소했다. 입주지역도 인천 영종신도시(6747가구)등 수도권 서부지역에 몰려 있어 전세난 완화에 도움이 안될 수 있다.

국토부는 재건축·재개발 구역 세입자들이 주로 찾는 다세대·다가구 물량은 풍부한 만큼 전세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말 고덕시영(2444가구) 재건축 이사수요에 따른 강동권 전세난도 일시적 현상으로 끝났다”며 “수도권 대단지와 연립주택 공실물량도 많아 심각한 전세난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