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 받았더니 카드발급 거절
대표적인 서민지원 금융상품인 ‘햇살론’이 당초 취지와 달리 서민들의 자활의지를 오히려 꺾는 것으로 나타났다. 햇살론 대출실적이 있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발급에 어려움을 겪거나 소형 트럭 구입을 위한 할부금융이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햇살론은 저신용,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여주고 자립기반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출회사는 저축은행과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들이다. 정부가 대출금의 95%를 보증해줘 연 10%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햇살론은 2금융권 신용대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녀 신용거래를 통한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1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햇살론 대출자들이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받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들이 서민정책 금융상품인 햇살론을 일반 저축은행 신용대출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카드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 보증을 통한 대출이라고 해도 결국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 아니냐”며 “카드 발급 기준이 애매할 때는 거절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햇살론 대출자들은 신용카드사뿐만 아니라 캐피털사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햇살론을 이용했던 한 대출자는 “1t 트럭을 할부로 구입하려고 했는데 캐피털업체가 햇살론 대출 실적을 이유로 거절했다”며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서민들의 의지를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대부업체에 진 빚을 햇살론으로 전환한 일부 대출자들은 ‘갈아타기’를 오히려 후회하고 있다. 대부업체 대출정보는 은행이나 신용평가회사에 들어가지 않지만 햇살론은 다르다. 저축은행 대출은 신평사와 은행연합회 데이터베이스에 곧바로 반영된다. 대부업체에서 수백만원 정도를 빌렸다면 1년에 몇 십만원의 이자를 아끼자고 신용등급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햇살론 대출자들이 신용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개선안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얻은 일반 대출자는 불이익을 받는데 햇살론 이용자만 특별 대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햇살론을 단순히 저금리 대출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며 “상품 취지를 살려 햇살론 대출은 별도 분류해 이용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