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3곳 중 1곳 1년도 못 버텨
영세 사업체(종사자 5명 미만) 3분의 1은 개업 후 1년도 못 버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관의 평균 수명이 가장 길었고 스포츠 교육기관이 가장 짧았다. 전국 272만개 영세 사업체를 지배하는 ‘정글의 법칙’은 매년 4분의 1을 새로 진입시키고 동시에 퇴출시키고 있다.

◆매년 75만개 퇴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발간한 ‘영세 사업자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329만개 사업체(2009년 현재) 가운데 272만개(82.7%)가 영세 사업체다. 1998년 87.5%에 비하면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다수다.

영세업체 3곳 중 1곳 1년도 못 버텨
KDI에 따르면 2000~2009년에 걸쳐 매년 평균 76만6000개의 영세 사업체가 새로 진입하고, 75만2000개가 퇴출당했다. 4개 중 1개가 매년 물갈이된 셈이다. 영세 사업체가 몰리는 업종은 한식·음식업(27만9000개)을 비롯해 택시운송업과 용달·개별자동차 운송업 등이었다.

이들 영세 사업체의 1년 생존율은 65~75%에 불과했다. 개업 후 3분의 1은 1년 안에 문을 닫는 셈이다. 3년 넘게 버틸 확률은 30~40%로 나타났다.

이재형 KDI 전문위원은 “대체로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 업종의 생존 기간이 길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익률 높아도 절대소득은 낮아

사업 성과를 분석했을 땐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사업체가 영세할수록 성적이 양호했던 것이다. 2001~2009년 영세 사업체(1~4인 종사)의 매출은 60% 늘었지만 10~99명 종사 업체는 24%, 100명 이상 업체는 8% 증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영세 사업체는 5% 감소에 그쳤지만, 10~99명 종사 업체는 24% 줄어들어 희비가 엇갈렸다.

이 전문위원은 “영세 자영업자가 사회적 양극화의 원인이란 생각은 절반만 사실”이라며 “진짜 문제는 영세 사업자들의 절대소득 자체가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인 사업체의 경우 9년간 영업이익은 14%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36.9%에 달해 겉으로는 양호해 보인다. 하지만 연간 이익의 절대 수준이 1300만원에 그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생활 수준은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나쁘면 망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생각도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다. 경기가 좋을수록 영세 업체 진입과 퇴출 모두 활발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