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캠핑장에서 삼겹살 파티, 북한산 둘레길 걷기….

흔한 신입사원의 나들이 일정이 아니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식품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를 벗어나 평사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영진은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고, 평사원들은 경영진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며 롤모델(Role model)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기업문화팀은 지난 3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양기락 대표이사가 초대하는 ‘번개’를 제안했다. 게시글의 제목은 <‘CEO와의 대화’에 여러분을 초대 합니다>. 참가범위는 전 직원 이었고 선착순 마감을 통해 전 사업장에서 모여든 직원 대다수의 직급은 대리 이하였다. ‘보고를 위한 현장 상황’이 아닌 가감 없는 현업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허심탄회한 소통에 대한 수요를 파악한 양기락 사장은 ‘번개’를 지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양 사장에 이어 김혁수 부사장과 임원들도 지난 5월과 7월, ‘CEO와의 대화’에 나섰다. 지난 5월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난지캠핑장에는 김혁수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4명과 전국 사업장에서 모인 임직원 19명이 모였다. 바비큐 불판과 캔맥주를 앞에 두고 김 부사장은 편안한 대화를 위해 호칭을 ‘선배’, ‘후배’로 통일할 것을 제안했다. 직접 고기를 굽워주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가한 한국야쿠르트 김은하 사원은 “상급자들의 무용담으로 점철되기 쉬운 여느 회식자리와 달리 ‘CEO와의 대화’가 허심탄회한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회사의 경쟁력과 직원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대표아이콘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동아원은 각 사업장의 직원들이 이창식 대표이사와 함께 12개 팀을 구성해 매주 수요일 북한산 둘레길을 코스별로 이어가며 ‘임원과 함께하는 통통통(通通通 :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 트레킹’을 지난 3월7일부터 약 3개월 간 진행하고 있다. 등반 중에는 짧은 글짓기, 시 낭송 등 과제 수행을 통해 상품을 증정하면서 재미를 더했고, 조별로 기행작가를 선정해 트레킹 종료 후 사진을 곁들인 소감문을 작성해 인트라넷을 통해 공유하는 등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삼양그룹은 젊은 인재들의 창의력과 감각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키고 역동적인 회사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해 사원에서 과장까지의 젊은 사원들로 구성된 사원이사회(Change&Challenge Board)를 운영하고 있다. 삼양그룹의 김윤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사원이사회는 사내에서도 위상이 높다.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한 삼양그룹의 사원이사회(C&C Board/Change & Challenge Board)는 매월 1회 정기미팅을 통해 활동 경과를 점검하고, 임기 말에는 추진결과를 최종보고 하는 형식을 띈다. 주로 사내문제를 발굴해 제도를 개선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04년 회장 취임 이후 신입사원 채용면접을 직접 챙기는 김윤 회장은 6주간의 공채교육을 마친 신입사원 26명과 지난 8월1일 ‘CEO와의 대화’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통채널의 확장 추세에 대해 한국야쿠르트 손원식 기업문화팀장은 “연차가 낮은 직원들의 경우 최고경영진 역시 자신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으며 상당한 동질감을 느낀다”며 “CEO들은 면대면 소통의 기회를 통해 젊은 직원들의 신선한 감각과 업무개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호응도가 높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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