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재가동에도 안심 못해…날씨가 최대 변수
단계적으로 사전계약자 긴급 절전, 지역별 순환단전 등 계획


연일 이어진 폭염에 전기 사용이 늘면서 전력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6일 오전 예비전력이 급락하자 `준비'·`관심'·`주의' 전력 경보를 순차적으로 발령했다.

오전 11시8분에는 순간 최대전력수요가 7천491만㎾로 치솟고 예비전력이 254만㎾까지 떨어지면서 전력 당국을 긴장하게 했다.

정부는 전력 수요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전압 하향 조정을 단행하는 등 긴급 조치를 했다.

◇이례적인 날씨에 수요 급증 = 이날 예비전력이 곤두박질 친 것은 날씨의 영향이 크다.

평년 기준으로 보면 이날은 산업계의 휴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불볕더위에 냉방용 전기 사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해 10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도에 열대야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장으로 2004년 8월에 세운 7일 기록을 깼다.

지난달 28일부터 서울에는 연일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30일에 기온이 31.6도까지 내려갔지만 이내 상승했고 이달 들어서는 35도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9일까지는 더위가 계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전력수요가 줄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11호 태풍이 중국 상하이 쪽으로 서진하고 있어서 11일쯤 서쪽 지방에 비가 올 수도 있지만 변수가 많아 단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기업이 속속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 내내 전력 수요가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고리 1호기 재가동으로 숨통 트일까 = 6일 정부가 고리 원자력 1호기를 재가동하기로 해 예비전력에 여유가 생길지 주목된다.

고리 1호기의 설비용량은 58만㎾인데 당장 이만큼의 전력이 추가 확보되지는 않는다.

장기간 발전을 중단해 전기를 생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오전 11시25분 재가동 준비에 착수했다.

실제 재가동은 12일 오전 3시55분께 시작되고 전기는 같은 날 오후 1시께에나 생산된다.

한수원은 13일 오후가 돼야 고리 1호기의 출력이 10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고장으로 정지됐다가 발전을 재개한 100만㎾급 영광 6호기는 7일 0시에 최대 출력에 도달할 예정이다.

이들 두 발전기가 가동되면 전력 공급능력이 약 160만㎾ 확장하겠지만, 이는 정부가 전력 피크의 시작으로 예상하는 13일부터다.

엄밀하게는 영광 6호기는 애초 계획에 반영돼 있던 것이기 때문에 예정보다 확장하는 것은 고리 1호기의 발전분이다.

피크에는 수십만 ㎾ 차이로 경보 등급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안심하기 어렵다는 게 전력 당국의 평가다.

오히려 각 발전소는 피크 기간에 설비 공장이나 정비 요인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긴장한 상태다.

◇대응 계획은 = 국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응책은 결국 수요 조절이 될 수밖에 없다.

애초 정부 계획은 발전기 손실을 최소화해 최대한의 전력을 생산하고 수요 관리와 절전 운동으로 예비전력을 500만㎾ 이상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예상하는 가장 힘든 시기는 8월 셋째 주부터 약 2주간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6일 브리핑을 열어 "8월 셋째 주부터 약 2주간 수요관리를 하지 않으면 예비전력이 약 150만㎾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기치 않은 폭염이 오면 거의 제로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수요관리로 400만㎾ 이상 유지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체와 일반국민 등을 상대로 수요 감축을 시도하겠다는 것인데 날씨가 무엇보다 강력한 변수다.

전력거래소가 추산하기로 기온이 30도 이상이면 1도 상승할 때마자 전력수요가 약 100만㎾ 증가한다.

이달 하순 전력 피크에 폭염이 겹치면 고리 1호기를 가동한 효과는 금세 상쇄되는 셈이다.

정부는 6일 예비전력이 관심 경보 단계로 접어들자 전압 하향 조정을 단행했다.

예비 전력이 200만㎾ 아래로 추락해 `경계' 경보가 되면 철강·시멘트·조선·제지 등 사전 계약 사용자를 상대로 긴급 절전을 시행한다.

100만㎾ 밑으로 내려가면 지역별 순환 단전도 시행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물론 병원 응급실 등 필요한 시설에는 정해진 원칙에 따라 전기를 계속 공급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