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리방식개선TF 구성…보안기구 권한 강화
"연륜 짧고 北현실 이해 부족 모순 정책 사례 식별"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편으로는 군부의 핵심 실세인 리영호 군 총참모장을 숙청하는 등 권력기반 강화와 체제 위해 요소를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국가정보원이 2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대한 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인민생활 향상' 주력…태스크포스 구성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경제관리방식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FT)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제안정과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김 1위원장의 절박한 현실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TF를 통해 군과 내각으로 양분된 경제사업을 내각으로 일원화하고, 협동농장의 분조 단위 축소, 기업의 경영자율권 확대, 근로자 임금인상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북한은 조만간 신경제관리지침 등의 형태로 이런 조치를 공식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시행된다고 해도 북한의 근본적 개혁ㆍ개방까지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국정원은 내다봤다.

김 1위원장이 사회주의 원칙 고수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어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1위원장의 '사회주의 원칙 고수' 원칙은 전면적 개혁ㆍ개방이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군부 등 기존 이익집단의 반발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문가들도 대체로 북한이 전면적 개혁ㆍ개방보다 선군 경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이고 점진적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개선 시도 자체가 앞으로 '김정은 체제'의 북한 변화에 중요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권력기반 강화ㆍ체제안정 총력

국정원은 북한이 리영호 총참모장을 해임한 것을 숙청으로 규정했다.

김 1위원장이 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리 총참모장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 국정원의 판단이다.

김 1위원장의 권력기반 강화에는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 비서는 김 1위원장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장 부위원장은 정책 조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행보와 관련해 장 부위원장의 역할이 크게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 1위원장은 또 측근을 권력 핵심부에 배치한 것으로 분석됐다.

리 총참모장 후임에 현영철을 배치하고 당 관료 출신인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으로 발탁해 군부통제 역할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25년이나 공석으로 뒀던 국가안전보위부장에 김원홍을 임명하고, 권한을 확대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각 인민무력부장과 리명수 인민보안부장의 배치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1위원장이 2009년 사실상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최근까지 20여명의 고위간부들이 리 총참모장과 같은 운명을 맞았다는 것도 권력을 다져나가는 통치술의 일종으로 국정원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 내부에 불온 삐라가 뿌려졌고, 북한 주민들에게 '성지'나 다름없는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 문짝이 날아가 파손된 사례 등은 이런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활발한 현장방문과 대중연설, 담화 발표, 정책 지시 등을 통해 독자적인 정책주도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연륜 부족과 북한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비현실적 지시를 하거나 모순된 정책을 추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4년 1월생으로 확인된 김 1위원장의 경험 부족을 지적한 대목이다.

"내부 불만 돌리려 대남도발 가능성 상존"

◇대남도발 가능성…"후방병력 남하 배치"

김 1위원장이 최근 파격 행보가 개혁ㆍ개방을 추동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낙관적인 분석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남 도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경제관리방식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FT)를 구성해 각종 경제개선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시행 과정에서 실패로 끝나거나 내부 불만이 급증하면 이를 대남 도발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군은 후방에 있던 공격헬기 50여 대를 백령도 인근 공군기지에 전개하는 등 일부 후방병력을 전진 배치하고 기습능력을 높이는 공격 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정보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 1위원장이 야심적으로 계획 중인 경제개선 조치들이 조기에 일정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 조치들이 성과를 나타내려면 남한과 중국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다행히 남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남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오로지 북한의 전략적인 선택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은 "북측이 남한의 혼란을 조성하고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자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를 명문화한 가운데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인 리설주 신상 확인…2005년 남한 방문

국정원은 북한이 전날 밝힌 김 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1989년생인 리설주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양시 중구에 있는 금성2중학교를 나왔다.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했으며, 2009년 김 1위원장과 결혼한 것으로 국정원은 설명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두 사람을 중매했다는 설도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리설주는 지난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청년학생혁렵단 단원으로 참가했다는 사실도 공식 확인됐다. 남한 사회를 직접 체험한 리설주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앞으로 김 1위원장을 어떻게 내조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북한의 리설주 공개 배경에 대해 "안정적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박설주, 한설주, 리설주 등의 첩보가 있었고 이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지속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리설주를 공개하기까지 까맣게 모르는 등 대북 정보력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이런 첩보 입수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