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이 기정사실화됐던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1년간 더 자리를 유지할 모양이다. 신보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종 후보 3명을 추천했는데 금융위원회가 돌연 안 이사장의 재연임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퇴임 기자회견에다 임직원 송별회까지 마친 안 이사장도 머쓱하기 짝이 없게 됐다. 재연임 사유는 마땅한 적임자가 없고, 신보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기관 최우수(A), 기관장 우수(B)등급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사장 공모 절차는 그저 장난이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인사 난맥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뽑는 과정에선 유력 후보들을 낙마시키고 제3의 인물을 면접도 없이 선임했다. 그 결과 6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조리 PK(부산경남) 인사들로 채워져 또 구설에 올랐다. 이번 신보 문제는 PK는 안 된다는 ‘PK 울렁증’이 주된 원인이란 관측이다. 신보뿐만도 아니다.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공모엔 지원자가 없어 재공모까지 거쳐야 했다. 정권이 바뀌면 임기 8개월짜리 기관장이 돼 별로 챙긴 것도 없이 MB맨으로 찍힐 수 있어서다. 올 하반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이 12명에 달하니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할 것이다.

신보 이사장 인사파행은 이명박 정부가 5년 내내 보여준 인사 난맥상의 편린이다. 처음부터 ‘고소영’ ‘강부자’ 등 편중인사와 회전문 인사였고, 정권 말에는 올드보이의 귀환, 공신들 자리 챙겨주기였다. 상왕이니, 왕차관이니 하는 정권 실세들이 그때마다 루머에 올랐다. 이들의 힘이 빠지자 이젠 관료들의 전관예우가 고개를 들어 공기업 CEO 인선은 군웅할거, 만인 대 만인의 저질 투쟁으로 변하고 있다.

공기업 CEO나 감사 자리를 정권 전리품이나 관료들의 노후대책으로 여기는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런 인사파행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유력 대선주자 캠프마다 사후 보상을 노리고 명함을 들이미는 인사들이 긴 줄을 선다. 공정이니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대선주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내밀한 약속을 해주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