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J씨는 스마트폰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스마트폰의 모닝콜 음악소리로 잠에서 깨고, 아침식사 중에 태블릿 PC로 조간신문을 보고 주요 일정도 챙긴다. 집을 나선 J씨, 자동차 키를 돌리니 내비게이션에서 소통이 잘되는 출근 길이 안내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무선 랜으로 연결된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오후 거래처를 방문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서는 현금 대신 교통카드를 대고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주고 받고, 정보와 뉴스를 검색한다.

이처럼 J씨와 함께하는 스마트 기기에 전파가 없다면? 대부분 기능이 무용지물이다. 당연히 스마트하지 않다. 그렇지만 일반인에게 전파는 여전히 어렵고 그 역할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편이다. 전파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전파(주파수대역)는 점점 줄고 있어 정책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산이나 건물 등을 잘 피해가는 회절성이 좋은 고품질 주파수는 희소가치가 높아 방송사와 통신사가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그 결과 모 통신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주파수 경매제를 통해 황금주파수인 1.8기가헤르츠(GHz) 대역 20메가헤르츠(MHz) 폭을 9950억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할당받았다.

이와 같은 주파수 확보 노력과 경쟁은 국내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하고 국가 간에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인 ITU는 회원국이 192개국에 이르는 매머드 단체다. ITU의 주요 의사결정은 전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4년마다 열리는 ‘전권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 중요한 회의가 2014년 부산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지역에서 1994년 일본 교토회의 이후 20년 만에 개최된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 행사가 얼마나 비중있는 행사인지 알 수 있다.

이 행사로 인한 직간접 경제효과는 3161억원, 취업유발효과는 6000여명으로 예상돼 숫자로 나타나는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이 외에도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해외진출과 투자유치 확대, 관련 산업 홍보, 아프리카 등 관계가 취약한 국가와의 협력기회 확대 등 경제 외적인 간접효과도 매우 크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행사를 주관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에서 끌고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각 부처가 뒤에서 미는 체제를 하루 빨리 갖춰야 한다.

양유석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