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트래픽 관리 기준안 정책자문회의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갔는데, 문서는 어제 오후에야 받았다. 이번 기준안이 정책자문회의에서 합의한 결과물은 아니다.”(한종호 NHN 정책담당 이사)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했다.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는 유·무선 통신회사들이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이스톡’을 비롯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와 스마트TV, 개인 간 파일 공유(P2P) 등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지침’인 셈이다. 앞으로 통신사와 콘텐츠 업계 간 갈등이 일어날 경우 이 기준안을 우선적으로 따라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회장에서 함께 열린 토론회에 패널로 나선 업계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 참석자들이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정책자문위원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준호 삼성전자 DMC연구소 전무 역시 “자문회의에서 제대로 합의하지 않은 내용도 많고,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대목도 있다”고 비판했다.

기준안 내용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이병선 다음 전략부문 이사는 “망 중립성의 원칙을 훼손하거나 뒤집을 수 있는 위험한 항목들이 곳곳에 포함돼 있다”며 “올해 1월 방통위가 내놓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내용들도 있다”고 했다. 통신사들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태철 SK텔레콤 CR전략실 전무는 “기준안은 통신사업자들이 갖는 의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유·무선망을 통해 사업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에 의무와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망 중립성 논의는 통신망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이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의 ‘밥그릇’ 싸움일 수밖에 없다. 쌍방이 줄다리기 싸움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서로가 얻을 것은 얻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기준안은 정부가 업계에 일방적으로 내린 지침일 뿐이다. 사업자들은 그 지침을 두고 격한 감정싸움만 벌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승우 IT모바일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