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회가 서남표 총장에 대한 계약 해지안을 상정한 것과 관련, 서 총장이 다시 한번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KAIST에 따르면 서남표 총장은 "구차하게 협상하고 거래하느니 당당하게 해임당하겠다"며 다시 한번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전했다.

KAIST 이사회는 전날 서 총장의 계약 해지 안건을 상정했으며,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서 총장은 9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물러나게 된다.

KAIST 관계자는 "이사회는 지난 6년동안 서 총장에게 대학 개혁을 위해 소신껏 일하라는 주문을 해왔고, 총장은 이를 개혁 과정에 따르는 비판에 휘둘리지 말고 임무를 완수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총장은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는 그만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총장을 해임할 수도 있음에도 굳이 '계약 해지'를 택한 것은 이사회 스스로가 해임의 정당성을 자신할 수 없다는 뜻 아니냐"라면서 "이사회는 정치적인 판단과 행위를 앞세우는 곳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역설했다.

이사회가 총장을 해임하려면 법적인 하자나 심각한 도덕적 결함 등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계약 해지는 어느 일방 당사자의 90일 이전 통보로 언제든지 해지될 수 있다.

다만 이사장과 서 총장이 체결한 총장 위임계약서에 따라 서 총장에게 남은 임기 2년동안의 연봉 8억원(72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오명 이사장은 서 총장에게 지난해 12월부터 20여차례에 걸쳐 자진사퇴를 요구해 왔지만 서 총장이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직접 계약 해지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