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최윤범 씨(31)는 신혼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꺾였다지만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신혼부부들에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6543만원, 수도권도 1억8912만원으로 1억원을 훨씬 웃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의 전셋집을 살펴보는 것도 전세난을 피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안소형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팀장은 “공급이 많은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는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전셋집이 많다”며 “신혼부부나 가족 수가 늘어 큰 집이 필요한 전세 수요자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는 8월까지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에서는 총 6842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청라에서는 반도 유보라 2.0과 청라호반베르디움 등 4개 단지 4186가구, 영종에선 우미린과 동보노빌리티 등 2656가구다. 입주가 1~2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들 지역의 전셋값은 1억원에 그친다. 청라국제도시가 들어서는 인천 경서동 A공인 대표는 “신혼부부가 살기에 알맞은 전용 85㎡ 안팎 주택의 전셋값은 9000만~1억원”이라며 “물량도 넉넉하다”고 설명했다. 영종하늘도시가 있는 인천 중산동 B공인 대표는 “평형에 관계없이 전셋값은 8000만원 안팎”이라며 “서울 서부쪽과 인천에 직장이 있는 신혼부부들의 상담전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은 저렴하지만 교통과 편의시설 등 부족한 기반시설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분양가보다 떨어진 집값 때문에 집주인과 건설사 간 다툼이 이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영종하늘도시에 들어설 예정이던 밀라노디자인시티와 영종브로드웨이 등은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못하고, 영종~청라 제3연륙교 건립도 안갯속이다.

신세계쇼핑몰을 유치하고 미뤄졌던 기반시설 공사가 재개되는 청라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서울역과 청라를 잇는 광역버스(M버스) 14개 노선이 새로 뚫리고 연말에는 버스를 지하철처럼 운행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노선도 개통을 앞두고 있어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전략기획팀장은 “이들 신도시의 경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개발계획이 미뤄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며 “입지적 장점은 있는 만큼 향후 개발이 본격화되면 집값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달 집들이를 시작하는 청라지구 A37블록 ‘반도유보라 2.0’은 전용 101~121㎡ 754가구다. 앞서 입주한 청라 반도유보라 1차(174가구)와 더불어 총 928가구 대단지로 조성된다. 단독주택지와 인천 그랜드CC 조망권이 확보되고 심곡천과 중앙호수공원도 가까워 주거환경이 우수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달 말 입주하는 A29블록 ‘청라호반베르디움’은 2134가구 대단지로 전용 84㎡로만 구성됐다.

영종하늘도시 A34블록에서 이달 입주하는 ‘동보노빌리티’는 서해 조망권이 자랑이다. 또 동마다 중간층에 하늘정원을 둬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 담소 운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A30블록에서는 ‘우미린(1287가구)’도 집들이를 시작한다. 전용 84㎡ 단일형으로 주요 상업시설이 가깝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