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팔고 땅 팔고…구조조정 건설사發 매물 급증
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사 사옥과 보유 부동산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서울 논현동 사옥, 삼환기업의 소공동 부지, 동양건설산업의 서울 성수동1가 부동산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 매물이 4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30%가량을 건설사 관련 매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 상태인 풍림산업은 서울 역삼동 본사 건물 일부를 지난달 930억원 선에 JR제9호CR리츠에 넘기는 약정을 맺었다. 아파트 브랜드 ‘유토빌’을 쓰는 신일건업의 서울 청담동 본사 건물도 지난 5월 말 골프존에 735억원에 매각됐다. 신일건업은 “사옥 매각 자금으로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최근 서울 회현동 오피스빌딩(2150억원)을 매각한 데 이어 도렴동 오피스 빌딩과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서울(옛 타워호텔)을 각각 1000억원 및 810억원에 팔았다. 한라건설도 서울 가산동 복합건물 한라하이힐(1725억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연구위원은 “서울 요지의 중소형 빌딩은 당초보다 10~20%가량 낮은 수준에서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랜드마크 성격이 강한 사옥 등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은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자금 마련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 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주택시장 침체로 자금줄이 막힌 중견 건설사들이 자산 매각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구조조정용 부동산 매물이 속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빌딩 정보사이트인 알코리아의 황종선 대표는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부동산이 우선 매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하반기에 기업 구조조정용 부동산 매매의 ‘큰 장’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