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역사' 삼환기업, 끝내 워크아웃으로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중동시장에 최초로 진출한 삼환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창립 66년의 ‘국내 1세대 건설기업’ 몰락에 건설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29위인 삼환기업과 72위인 자회사 삼환까뮤는 신용위험 정기 평가 결과 C등급으로 평가받았다고 9일 밝혔다. 이들 회사는 부실징후 기업에 해당하는 C등급을 받아 채권은행들과의 협의를 거쳐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한다.

'66년 역사' 삼환기업, 끝내 워크아웃으로
삼환기업은 최종환 명예회장(87)이 삼환기업공사란 이름으로 1946년 창업했다. 1950년대 대구 미군 주택 등 주한미군 공사를 수주하며 회사를 키웠다. 1962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시작으로 조선·플라자·신라호텔 등 유명 호텔공사를 도맡으며 명성을 떨쳤다. 삼성그룹의 태평로빌딩도 삼환기업의 작품이다. 1980년대 들어서는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우리은행·SC제일은행 본점 등을 시공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토목은 현대, 건축은 삼환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시공능력이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해외시장 개척에서도 선두주자였다. 삼환은 1973년 12월 245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공사를 수주해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로 중동 건설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국내 업체들의 잇따른 해외시장 진출로 인한 저가 수주경쟁으로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뒤늦게 뛰어든 주택사업으로 타격을 받았다.

최근엔 주력사업인 공공 토목사업의 발주까지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1년 73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분기에도 270억원의 손실을 입으며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삼환기업의 부채비율은 242%, 자기자본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101%를 각각 기록했다.

삼환기업은 앞으로 서울 소공동 보유 토지(1900억원)와 왕십리 아파트 사업부지(500억원) 베트남 가스전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300억원) 등을 통해 하반기에만 27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주택사업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공공 공사 발주감소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며 “유동성 확보 계획을 실천해 이른 시일 안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환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삼환기업이 시공한 경기도 시흥 삼환나우빌과 삼환까뮤가 시공한 울산 남외동 삼환나우빌은 입주가 끝났다. 이들 단지의 하자보수는 대한주택이 보증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