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막힌 뉴타운'…입주·매매도 못해 '발동동'
“재개발해서 집 한 채 마련하려 했는데 3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어요. 노후 준비도 엉망이 됐고, 조합원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뉴타운이 원망스러워요.”(가재울뉴타운3구역 주민)

주택경기 장기 침체로 입주를 앞둔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조합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재개발이 완료될 무렵 집값이 올라서 거래가 원만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약세가 지속되면서 매수세가 실종된 탓이다. 당초 입주권을 팔아서 투자수익을 얻으려 했던 조합원과 투자자 모두 ‘출구’가 봉쇄돼 아우성이다. 일반 분양분을 분양받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추가 분담금도 버거운 뉴타운 조합원

가재울뉴타운3구역 래미안e편한세상(3293가구)은 10월 준공을 앞두고 단지 조경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집들이 기분에 들뜬 주민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 일부 가구는 연말까지 최소 2억~3억원의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재울뉴타운3구역 조합은 오는 14일 관리처분변경총회를 연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54가구(할인판매로 현재 70채가량 계약 체결)의 일반 분양분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발생한 손해를 조합원들에게 분담하는 안건 논의가 핵심이다. 조합원들은 기존 노후주택 감정평가액의 9.91%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한다. 보통 3000만~5000만원이다. 게다가 2년 전 조합에서 지급받은 이주비(감정가의 40% 선)도 12월 초 반환해야 한다. 설상가상 분양 잔금이나 추가 분담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는 조합원들은 이주비까지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아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비용을 회수해 갚고 새 집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보유 주택 가치가 4억5000만원이었던 조합원 김모씨는 전용 120㎡(47평형)를 5억5000만원에 분양받았다. 당초 조합의 재개발 사업계획상 일반분양으로 이윤이 크게 남기 때문에 김씨의 추가 분담금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김씨는 “지금은 추가 분담금이 4500만원 생겼고 당장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힘든 상황에서 반환해야 할 이주비 대출금 1억8000만원을 보태면 빚만 2억원이 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몇 억원을 어떻게 구할지 막막하다”며 “팔려고 내놔도 아예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가재울뉴타운3구역의 조합원 1971가구 중 상당수는 김씨처럼 잔금을 포함해 가구당 2억~3억원의 대출 빚을 안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쏟아지는 전월세…‘가격도 하락 중’

뉴타운 입주 예정단지들의 ‘분담금 폭탄’으로 예정 입주율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현지 조합들의 설명이다. 가재울뉴타운3구역의 경우 원주민 입주율이 최대 20~30%에 그칠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개업소에는 매매 및 전세 물건만 쌓여가고 있다.

M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85㎡형을 4억3000만원대에 분양받은 한 조합원은 3000만원가량의 추가 분담금을 포함한 4억6000만원에 급매물로 내놓았다”고 귀띔했다. 같은 평형의 전세 물량도 쏟아져 최근 2000만원 내린 2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알짜 뉴타운’으로 불렸던 흑석동 흑석뉴타운4구역 ‘흑석한강푸르지오’(869가구)도 일부 대형 평형 미분양과 대출 비중이 큰 일반 분양 아파트가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이달 초 입주가 시작됐지만 일반 분양분을 받은 투자자들 중 일부는 세입자도 못 구하고 있다. 송용석 삼양공인 대표는 “일반 분양 가구의 절반가량은 중도금 대출 비중이 크다”며 “대출액이 많으면 세입자들도 보증금을 날릴까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건축·재개발·뉴타운 사업에서 조합원과 일반분양 계약자들의 대출 비중이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하락에 따른 거래부진으로 대출금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주택시장 활황에 묻혀 있던 재정비단지들의 투자리스크가 이제부터 집중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혜정/이현일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