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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푸아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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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는 미식가로도 유명하다. 로시니는 태어나 세 번 울었다고 말하곤 했다. 첫째 ‘세비야의 이발사’ 초연이 실패했을 때, 둘째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었을 때, 셋째 송로버섯을 가득 채운 칠면조요리를 물에 빠뜨렸을 때다. 지금도 송로버섯이나 푸아그라(거위간), 칠면조, 삶은 달걀 등의 요리법에 그의 이름을 붙였을 정도다. 특히 푸아그라와 안심을 함께 즐기는 요리스타일을 ‘로시니’라고 부른다. 일본에선 푸아그라로 속을 만든 ‘푸아그라 로시니’라는 햄버거도 등장했다.

    푸아그라(foie gras)는 캐비어(철갑상어알) 트뤼프(송로버섯)와 함께 세계 3대 진미(眞味)로 꼽힌다. 로시니 같은 미식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군침을 흘릴 법하다. 프랑스어로 ‘살찐 간, 지방질 간’을 가리킨다.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와 남부 페리고르의 특산품이며 스트라스부르산(産)을 최고로 친다. 가격이 비싸 고급 전채 요리에 쓰거나 명절에 먹는다.

    푸아그라의 유래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인들이 철새인 기러기들이 장거리 비행 전에 먹이를 목구멍까지 차도록 잔뜩 먹은 채 떠나는 것을 보고, 집에서 기르는 닭 등 가금류에도 이 방법을 시도했다. 결국 사육이 쉬운 거위 오리를 주로 이용하게 됐다. 알자스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푸아그라 요리법을 개발했고, 근대 이후 프랑스 요리가 세계적인 각광을 받으며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푸아그라 생산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석 달 된 거위를 잡아 목만 내놓는 틀에 가둔 뒤 한 달 동안 억지로 사료만 먹이는 식이다. 거위 위까지 튜브를 꽂아넣고 살찌기 쉬운 옥수수 등을 강제로 주입하는 가바쉬(gavage) 장면은 잔혹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하면 거위 간이 5~10배 커져 마리당 평균 1.35㎏의 푸아그라를 얻는다. 유럽에선 1999년 이래 대다수 나라들이 푸아그라 생산·판매를 불법화했다.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 스페인 등 4~5개국만 생산한다. 심지어 프랑스 의회는 2005년 푸아그라가 프랑스 문화유산이라는 내용의 법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처음으로 푸아그라 요리나 가공식품의 판매를 이달 1일부터 금지하고 적발 시 1000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 시절인 2004년 제정된 금지법률이 8년 유예기간을 거쳐 발효된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연간 1억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푸아그라의 어두운 이면을 보면 프랑스인들이 한국의 보신탕을 그토록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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