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체의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는 운임과 유가다. 운임이 오를수록, 유가가 떨어질수록 실적은 좋아진다. 2년 전 한진해운은 이런 특수를 누렸다. 그해 거둔 영업이익은 6298억원. 덕분에 당시 연초 1만8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연말 3만6000원으로 뛰었다.

‘먹구름’이 드리운 건 작년부터. 운임은 떨어지고 유가는 오르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4926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218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사진)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운임 상승+유가 하락’ 여건이 이제야 조성됐다”며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서는 만큼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냈는데.

“4월까지는 적자였다. 5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6월 흑자 폭은 더 크다. 그런 만큼 2분기는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는 최대 성수기인 만큼 2분기보다 더 좋을 것이다. 비수기인 4분기가 문제지만,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은 작년(9조5232억원)보다 크게 늘어나 100억달러(11조5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실적이 개선되는 원인은.

“운임이 많이 올랐다. 작년 12월 545달러(20피트 컨테이너 기준)였던 아시아 출발~유럽 도착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500~1600달러 수준으로 올라왔다. 아시아 출발~미국 서부해안 도착 운임(40피트 컨테이너 기준) 역시 작년 말 1476달러에서 2700달러대로 상승했다.”

▷기름값도 많이 떨어졌는데.

“4월 초 당 700달러가 넘었던 벙커C유(네덜란드 로테르담 급유시장 기준) 가격은 55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작년 한진해운이 쓴 기름값만 2조2000억원이다. 벙커C유 가격이 당 10달러만 떨어져도 연간 300억원 이상 아낄 수 있다.”

▷추가 운임인상 계획은.

“아시아~미주 노선은 지난 10일부터 성수기 할증료를 받기 시작했다. 최대 600달러(40피트 컨테이너 기준)씩 더 받는다. 아시아~유럽 노선은 성수기 할증료뿐 아니라 7월부터 기본 운임을 40피트 컨테이너당 1000달러씩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부에선 유로존 위기로 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다.

“그렇지 않다. 한진해운의 아시아~유럽 노선과 아시아~미주 노선 선박의 탑재율은 90%가 넘는다. 해운에선 탑재율이 85%가 넘으면 시황이 좋다고 한다. 올해 물동량은 작년보다 4% 정도 늘어나고, 내년엔 6~7%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벌크 시황은 여전히 바닥인데.

“지난해 벌크 시황이 나빴지만 벌크 부문에서 흑자를 냈다. 포스코 한국전력 등과 맺은 장기 계약 덕분이다. 올해도 벌크 부문에서 적자를 내지는 않을 것 같다.”

▷사선(私船·회사 소유 선박)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인가.

“선박 230척 중 95척이 사선이다. 2007년만 해도 사선 비중이 25%에 불과했는데 40%대로 올라왔다. 사선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박을 구매할 계획은 없다. 다만 미리 발주해 놓은 배들을 인도하면 5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 수준인 선복량(船腹量·보유 선박의 전체 적재 공간)이 2014년께 65만TEU로 올라서게 된다. 세계 랭킹도 9위에서 7위로 상승하게 된다.”

▷신사업 계획은.

“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한진해운은 해운물류 전문기업으로 커나갈 것이다. 신사업을 하더라도 제3자 물류나 항만 터미널 등 해운물류 분야에서 찾을 계획이다.”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는.

“대주주들이 결정할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 순리대로 풀리지 않겠는가.”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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