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A사는 디지털 카메라를 생산해 전량을 일본에 수출했다. 한때 마산자유무역지역 전체 수출액의 5%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본 경기 침체로 지난 3~4년 전부터 수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 회사는 지난해 수출선이 완전히 끊겼다.

27일 마산자유무역지역 관리원에 따르면 입주 제조업체 99개사 중 지난해 1달러어치도 수출하지 못한 곳이 20개사에 이르고 있다. ‘수출 한국의 효자’ 역할을 해왔던 마산자유무역지역 입주업체 10곳 중 2곳꼴로 최근 불어닥친 세계경기 침체 여파로 수출실적이 전무해 퇴출위기에 빠진 것이다.

고밀도 전자제품을 생산해 전체 매출액의 60% 이상을 수출하던 B사도 가격 및 제품 경쟁력 저하로 지난해부터 수출을 중단하고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이 전무한 이들 20개사 중 수출을 조건으로 입주한 내국인기업(국내 투자 100%)은 9개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수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유무역지역 관련 법률에 따라 마산자유무역지역을 떠나야 한다.

이 지역 입주는 외국인투자기업 또는 수출을 주 목적으로 한 내국인기업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내국인기업은 매출액의 50% 이상을 수출하지 못할 경우 1년의 시정기간과 청문회를 거쳐 입주가 취소된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외국인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이고 외국인 투자비율이 10% 이상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반면 내국인기업은 제조업의 경우 총 매출액 중 수출이 50%를 넘겨야 하는 등 외국인투자기업에 비해 입주조건이 까다롭다.

관리원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입주기업들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입주 당시 제출한 수출계획서대로 이행을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원은 최근 수출실적이 없는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각 업체별로 입주사업계획 이행 여부를 검토하고 부실업체의 경영실태를 파악해 경영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관리원은 업체를 정상화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개선작업과 함께 경영애로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