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용서하지 않을 자세로, 우리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힐튼호텔에서 6ㆍ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ㆍ후손 200여명을 초청해 만찬간담회를 열고 “지금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가 빨리 평화를 이루고 협력하면서 통일이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콜롬비아가 참전한 것과 관련, “여러분 덕분에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고, 여러분 덕분에 대한민국이 많이 발전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콜롬비아는 6·25전쟁 당시 5100여명을 파병해 163명이 전사하고, 448명이 부상당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콜롬비아 방문은 ‘6ㆍ25 참전국 릴레이 순방’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는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1953년 휴전 이후 참전국 16개국 중 도시국가인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15개국을 모두 찾아가는 데 59년이 걸린 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과 캐나다, 에티오피아, 필리핀, 터키 등을 순방하면서 참전 기념탑에 헌화하고 참전용사들을 격려해왔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참전용사인 카를로스 푸리뇨 씨의 82번째 생일을 직접 축하하고 생일 케이크도 전달했다. 그러자 푸리뇨 씨는 두 팔을 벌리며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에게 다가가 포옹하는 것으로 답례했다. 6·25전쟁 영상물을 함께 시청하는 순서에서는 일부 노병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이날 만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가자 큰 박수가 터졌다.

6·25전쟁 당시 16세 소년의 나이에 참전한 에르난도 고메스 참전사병회장(77)은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쟁의 폐허에서 한국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에 기여했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모습을 보고 ‘이 나라는 미래가 참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을 복구하기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렇지만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발전상에)매우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전에 대대장으로 참전해 국방장관까지 지낸 알베르토 루이스 노보아 참전장교회장은 당시를 “고난의 시절”로 회상하며 “시간이 지나 한국의 기적을 보고 많은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날 한국이 있다는 데 매우 자랑스럽고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타(콜롬비아)=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