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인사이드 뷰] 만 0~2세 양육수당 '딜레마'…'복지의 함정'에 빠져 길을 잃다
만 0~2세 자녀를 집에서 키우는 부모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 문제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린이집에 보내야 지원하는 보육수당이 전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양육수당은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금액도 적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복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협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결론이 쉽게 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정부는 현재 저소득층(소득 하위 15%)에 한해 월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여기에 서민과 중산층(소득 하위 15~70%)을 추가해 월 10만원을 줄 예정이다. 이 경우 지급 대상자는 올해 9만6000명에서 내년엔 64만명으로 6배 이상 늘어나고 관련 예산도 약 2000억원에서 8000억원 가량으로 뛴다.

◆복지부의 고민

하지만 이걸 또다시 늘려야 하는 게 현재 정부가 맞닥뜨린 상황이다. 지난 3월부터 0~2세 아동에 대해 전면 무상보육을 시행한 것이 계기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 소득에 상관없이 월 28만6000~39만4000원을 준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 결과 그동안 집에서 자라던 아이들까지 대거 어린이집에 몰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무상보육 시행 2개월(3~4월 중) 만에 어린이집의 0~2세 아동은 29%(16만6000명)나 늘었다. 0~2세는 시설보육(어린이집)보다 가정양육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어린이집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을 막고 가정양육 가구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는 양육수당 지급 대상과 금액을 모두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돈만 보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처음 논의 과정에서 양육수당을 0~2세 아동을 둔 전 계층으로 확대하고 지원 금액도 25만원으로 대폭 늘리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정부는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정 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마당에 고소득층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

[주용석의 인사이드 뷰] 만 0~2세 양육수당 '딜레마'…'복지의 함정'에 빠져 길을 잃다

◆지자체도 걱정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양육수당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절반씩 댄다. 내년 양육수당 지급에 필요한 8000억원 중 4000억원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대다수 지자체가 기존 무상보육비도 감당하기 힘들다며 중앙정부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판이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양육수당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일원화해 일괄적으로 월 10만~20만원을 주는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묘안을 짜내도 정치권이 틀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 정부가 양육수당 문제로 고민하는 것도 정치권의 일방적 결정에서 비롯됐다. 여야가 작년 말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 예산에 없던 만 0~2세 무상보육을 끼워 넣었고 그 결과 보육비와 양육수당의 차이를 좁혀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내년도 예산 심의 때 국회가 또다시 엉뚱한 지원안을 밀어 넣어 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0~5세 자녀를 둔 전 계층에 양육수당을 주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복지를 늘리더라도 그 속도와 폭은 신중해야 하는데 현실은 복지가 또 다른 복지를 불러들이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복지 문제는 갈수록 출구를 찾기 어려운 미로로 빠져들고 있다.

주용석 경제부 차장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