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국민, 유럽정치통합안ㆍ추가구제금융에 난색

유럽의 재정 및 경제 파탄을 막아낼 최후이자 최대의 희망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선택할 옵션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혹독한 긴축 정책 요구로 그리스인들의 분노에 직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의 주권을 브뤼셀에 양보하고 유럽의회에 더 많은 권력을 넘겨주게 될 유럽 정치통합안으로 인해 자국 내 유권자들의 지지도 잃고 있다고 MSNBC가 18일 지적했다.

또 손에 땀을 쥐게 한 지난 17일 그리스 총선 결과로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이 미뤄졌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유로존 경기의 침체 가속화 위기로 인해 수출 주도형 독일 경제가 위협받을 수 있게 됐다.

크레테 대학교의 필립포스 니콜로풀로스 사회학 교수는 "우리는 유럽을 원하며 협력을 원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메르켈 총리에게 예속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지난 2년간 총 18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부채위기의 해법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그리스에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시간이 많지 않고 현금이 고갈돼 공무원들에게 차용증서를 써줘야 할 상황이 닥쳐오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는 협상 상대가 확실해 질 때까지 그리스에 새로운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스에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그리스를 경제붕괴 상황으로 몰고 간 정치적 분열 양상은 고착화된 상태다.

글루스킨 셰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비드 로젠버그는 "그리스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허약하고 단명할 공산이 크다"면서 "중대한 입법작업을 서두르는 데 꼭 필요한 깊은 대중적 지지도가 부족하며 대신 정치적 마비 상태만 보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지출삭감과 노동개혁을 포함한 혹독한 처방을 그리스에 강요하는 방식으로 유럽을 구원하려 함으로써 점차 고립되고 있다.

유럽 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재정긴축 요구에 지지를 표시했었지만 대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에게 패함으로써 유럽 내 원군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메르켈 총리의 긴축처방은 17일 프랑스 총선에서 올랑드의 사회당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더 빛이 바래게 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패전이라는 멍에를 지고 있는 독일은 심화하는 유럽의 정치 분열과 확대되는 금융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도록 독일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청에 뿌리깊은 반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주 사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등이 이 같은 요구에 가세했다.

또 일부 경제학자들은 메르켈 총리가 예금을 보장하기 위한 은행연합 구성, 얼어붙은 신용시장을 해빙시킬 수 있는 부채상환기금 조성 등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유로존 해체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해왔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 조치들을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물론 독일은 그동안 남부 이웃국가들의 곤경을 도외시하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이미 각종 구제금융과 보증기금으로 무려 7천억유로(9천억달러)를 기여했다.

수출이 둔화하기 시작하면서 독일의 노동자들은 이미 독일 이외 지역의 경기침체 확대가 주는 위협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로 위기는 대부분의 독일인에게는 여전히 신문의 표제와 방송보도에 국한된 것일 뿐이다.

국제무대에서 점차 고립되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추가 구제금융으로 인해 내부에서도 인기를 잃고 있다.

독일인들은 비록 수출주도형 자국 경제를 촉진해주는 공동통화의 유지를 바라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2대 1 비율로 추가 구제금융 지원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