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초강대국 美 대통령 영향력, 예전만 못해"

패권 욕에 사로잡혔던 전임자 조지 부시와 달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4년 내내 국제사회와의 관계 복원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현재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재선에 도전한 그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양상으로 흐른다.

이는 최근 며칠 사이 더욱 명확해졌다.

유럽의 경제위기는 그리스를 넘어 스페인 등 다른 유로존 회원국으로 확산될 기미가 농후하고, 유엔은 유혈사태가 악화되는 시리아에서 휴전 감시단의 활동을 아예 중단했다.

또 이집트의 민중혁명은 군부에 의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고,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 복귀한 이후 대내외적으로 연일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다.

오바마로서는 이런 국제적 난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표를 달라고 요구하기가 체면이 서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물론 유권자들은 미국의 경제난에 매몰돼 있어 외교 문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연일 굵직한 외교 사안들이 이어지다 보니 오바마는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임에도 도무지 선거운동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는 지금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멕시코를 방문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복잡한 세상에서 오바마의 재선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하 기사에서 향후 전개될 국제사회의 상황은 후임자가 누가 되든 미국 대통령이 처한 불편한 상황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초강대국의 대통령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국경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영향력이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게 오늘날 미국 대통령이 직면한 현실이라는 인식이다.

해외의 위기라 해도 미국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오바마가 국제문제를 주도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허약한 모습으로는 미국을 이끌 자격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와 경쟁자인 밋 롬니 공화당 후보 모두 이런 한계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티븐 비들 연구원은 "두 후보 모두 미국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실제보다 영향력이 더 큰 것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다"며 "영향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순간 무능하거나 책임 회피로 비쳐진다"고 말했다.

비들 연구원은 미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미국 정부로서는 속수무책인 유럽의 재정위기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고 상대가 집권하면 망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어느 정도는 외국의 선택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는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국제행사 참여는 이번 달에만 벌써 3번째다.

그는 유럽 정상들과 만나 유로존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촉구하고, 최근 시리아에 대한 공격용 헬기 공급 발언을 계기로 관계가 냉각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도 양자회동을 할 예정이다.

푸틴이 대통령에 복귀한 이후 두 사람이 마주 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시간 모스크바에서는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실무협상이 재개되지만 현재로서는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이처럼 복잡다난한 국제문제가 미국 대선에서의 핵심적인 쟁점은 아니라면서 최근 CBS와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외교문제를 중시한다는 대답은 4%에 그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롬니는 여전히 외교문제를 들어 오바마를 `실패한 대통령'이라 공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이 오바마의 재선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