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토지를 수용할 때 실제 영농소득에 따라 농민에게 보상해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모(50)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수용보상금증액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수용보상금 3억6천700여만원을 더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가가 영농소득을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농지를 수용해 아파트나 공장을 짓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농업손실의 정당한 보상은 농지 특성과 영농상황 등 고유의 사정이 반영된 실제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게 원칙"이라며 "정부가 고시한 서류 외의 증명방법이라도 객관성·합리성이 있다면 수입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매시장 표준정산서, 종합유통센터·백화점 거래실적증명 등 복잡한 서류를 갖추지 못했더라도 종합소득세 신고자료만으로 실제소득을 산정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원고 측 변호인은 "농가에서 국토해양부 고시에 구애받지 않고 합리적으로 영농소득을 입증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향후 무분별한 토지 수용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부터 김천시 부항면에서 버섯재배농장을 운영한 이씨는 2008년 6월 버섯재배사 등이 수용되는 과정에서 보상금이 실제 영농소득보다 적게 나왔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