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사무소를 열고 영국법과 미국법을 자문할 외국 변호사가 처음 배출됐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 일정 중 1단계(3단계부터는 로펌 간 합병 및 국내 변호사 고용 가능)인 ‘국내 사무소 개설 및 외국법 자문’이 개시됐다. 한국의 법률시장이 국내외 로펌 간 무한경쟁체제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법무부는 외국 변호사 3명에게 처음으로 외국법자문사 자격을 11일부터 승인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들 3명은 영국 로펌 클리포드 챈스 소속의 브라이언 캐시디 변호사(44), 미국 로펌 롭스 앤 그레이의 김용균 변호사(55), 미국 로펌 셰퍼드 멀린의 김병수 변호사(45)다. 지난 5월7일 예비심사를 통과해 정식심사를 신청했으며, 이날 승인으로 이들 외국 변호사는 국내에서 변호사 활동에 필요한 관련 절차를 모두 끝냈다.

이들은 각각 소속 로펌의 한국사무소 대표로 일할 예정이며 이르면 다음달부터 공식적인 법률자문 영업에 들어간다.

이들 중 특히 매출 12억여파운드(약 2조2000억원ㆍ2011년 기준)에 3200여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는 세계 3위 클리포드 챈스 측의 행보가 관심이다. 클리포드 챈스는 최근 동국제강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의 페럼타워에 사무실을 구했다. 브라이언 캐시디 변호사는 원유 가스 등 에너지 분야가 전문이다. 그와 함께 서울 사무소에서 일할 김현석 변호사는 “현재 홍콩에 있는 10명 안팎의 한국인 변호사들이 서울 사무소로 옮겨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의 공기업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법률자문과 국제중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롭스 앤 그레이는 지식재산권(IP) 분야에 특화된 로펌이다. 미국과 도쿄 홍콩 상하이 등 10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매출 8억2000만달러, 소속 변호사는 920여명(2010년 기준ㆍ세계 31위)이다. 재미교포로 1990년대 중반 대우그룹 법률고문을 지내기도 한 김용균 변호사는 “현대자동차 LG 한진 엔씨소프트 등 한국 기업 특허송무도 많이 맡았다”며 “미국에서 특허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을 돕겠다”고 말했다.

매출 3억6000만달러, 변호사 470여명(95위)인 셰퍼드 멀린은 금융과 공정거래, 기업 인수·합병 분야가 강점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보유한 김병수 변호사는 엔터테인먼트법 상법 파산 등이 전공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