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학자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의 한계를 지적했다. 법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 철학적 관점에서도 경제 민주화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경제 민주화 만능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에 나온 참석자들은 경제 민주화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정치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신석훈 한경연 선임 연구원은 “경제 민주화가 규정된 헌법 119조 2항을 만능규범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을 우리나라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119조 1항의 보완규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시장경제가 자동차의 엔진이나 바퀴라면 경제 민주화는 차량 속도를 제어하는 브레이크에 비유했다.

철학적 측면에서 경제 민주화를 살핀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경제 민주화 예찬론자들이 주장하는 연대와 이타심은 동창회 운영 방식으로 쓰일 수 있지만 국가 운영이나 기업 경영의 원리는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당선을 위해서라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상당부분 포기하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치인들은 미국 뉴딜정책을 예로 들며 국내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데 그들이 뉴딜정책의 전체상을 이해하고 있는지, 1920년대 미국과 현재 우리나라가 같은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경제 민주화 제한적으로 이용해야

참석자들도 경제 민주화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인정했다. 신 교수는 “한때 경제 자유화가 시대를 이끌어 간 이념이었지만 이제는 경제 민주화가 상승세를 타며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면서 그 해결책으로 경제 민주화가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경제 민주화 담론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고,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경제 민주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이슈인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중소기업과 소비자 보호, 누진세와 상속세 같은 조세제도를 통해 경제 민주화가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라는 말이 오용되고 있으며 태생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신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는 성역이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도 비판하면 욕먹을 것 같아 누구든 좋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제 민주화는 민주화라는 말의 오용이며 귀결점은 전체주의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부소장은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생긴 경제력 집중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려는 순간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경쟁자를 보호하며 시장은 나눠먹기로 변질된다”며 경제 민주화의 허점을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