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햇빛을 받아 빛나는 비행기가 하얀 모래 사막 위를 유유히 날고 있다. 노란 헬멧을 쓴 비행기 조종사는 ‘질’이라는 여성 이름과 만날 장소의 좌표를 적은 메모와 시계를 번갈아 응시한다.

한편 사막에선 질이 이 남자를 만나기 위해 모터사이클을 타고 열심히 달려오고, 둘은 하얀 사막 위 약속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남성은 단 몇초 차이로 늦게 도착한 여성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비행기를 이륙시켜 떠나버린다. 새로운 메모에는 다른 여성 ‘안나’와의 약속이 적혀 있다.

단편 영화 같은 이 30초짜리 영상물은 브라이틀링이 최근 내보내고 있는 ‘투 레이트 베이비(too late baby)’라는 제목의 광고다.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와 모터사이클 소리로만 채워진 이 광고는 브라이틀링 브랜드가 거의 부각되지 않는 데도 시계 마니아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브라이틀링 시계를 착용한 남성은 몇초 늦은 여성도 기다리지 않고 떠날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과 “브라이틀링 시계는 정확하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영상 속 남성이 차고 있는 시계는 브라이틀링의 간판 제품인 ‘내비타이머 01’(사진)이다. 1952년 처음 개발돼 올해로 만 60살이 됐지만, 브라이틀링 시계 가운데 국내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인기 모델이다. 가격은 1100만원대.

비행 중 거리와 평균 속력 등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한 ‘회전형 슬라이드 룰’ 기능을 갖췄다. 검정색 다이얼에 빨간 초침, 금장의 날개 로고가 눈에 띈다. 43㎜ 크기 케이스에 칼리버 01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항공기소유주·조종사협회(AOPA)의 공식 시계이기도 하다. 60년 전 출시 당시의 ‘빈티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