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이아몬드 주빌리)에서 여왕이 받은 선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선물은 다름 아닌 칠성장어로 만든 파이. 칠성장어는 다른 물고기에 붙어 그 피를 빨아먹는 민물고기로 영국인들을 이를 유해한 물고기로 인식하며 꺼림칙해 한다.

보통 루비나 상어 이빨로 만든 검,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만든 브로치 등 값비싼 선물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선물은 여왕으로선 꿈도 꿔보지 못한 선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전했다.

칠성장어 파이는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약 160㎞ 떨어진 소도시 글로스터의 전통 음식이다. 중세 때 이 도시는 자기 고장의 칠성장어로 만든 음식을 매년 성탄절이나 즉위식과 같은 큰 행사 때 군주에게 선물로 보냈다.

글로스터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즉위 50주년을 맞은 2002년에도 칠성장어 파이를 만들었다. 글로스터에서 칠성장어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오대호 지역에서 칠성장어를 수입해 파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글로스터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어민협회 간부인 존 파월은 "이 음식들은 아마도 여러분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추한 것이 될 것"이라며 1135년에 미식가였던 헨리1세 국왕이 칠성장어를 과도하게 먹고 숨졌다는 전설을 상기시켰다.

지난 2002년에 만든 칠성장어 파이도 수입산 칠성장어를 쓴 것이라는 폭로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글로스터 당국은 정작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 음식을 먹을지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전통 음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것에 싫지 않은 표정이다.

폴 제임스 글로스터 의회 의장은 "이 모든 것은 글로스터를 알리는데 도움을 줄 것" 이라며 "과거에는 역사에 남을 일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꼈던 만큼 이번 일은 정당한 방법으로 우리를 널리 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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