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상암 DMC 133층 결국 '무산'
서울시가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 내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던 용지(F1·F2블록)의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용지 활용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권혁소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사업자인 서울라이트타워가 당초 계약한 원안대로 공사를 추진할 의사고 없고, 토지대금 연체 등 계약사항을 위반해 해지가 불가피하다”고 1일 밝혔다.

2008년부터 이 지역 상징물로 추진해온 133층(640m) 높이의 빌딩 건설을 철회하고 사업파트너도 재공모를 통해 선정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서울시는 계약 해지 이후 시민, 전문가들과 함께 해당 토지에 대한 다양한 활용 방안 및 기능, 사업성, 추진 시기 등 전반적인 사항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 상황 등 주변 여건이 달라져 상암DMC에 133층짜리 고층 건물이 꼭 필요한지도 검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 사업을 백지화하고 다른 형태의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어서 주목된다. 시는 관련 규정을 보완한 후 택지 공급 계획을 새로 수립,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신규 사업자와 건축 설계안을 선정할 예정이다. 당초 2015년인 완공 시기도 2년 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 대우건설 산업은행 등 25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인 서울라이트타워는 토지대금 3600억원을 5년간 10회에 걸쳐 분할 납부하기로 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년 3월부터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

또 같은 해 6월부터는 계약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1조100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착공 연기와 층수 하향 조정 등 사업 내용 변경을 요구해왔다. 결국 서울시의 계약 해지 방침에 따라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서울시는 계약 해지에 따라 서울라이트타워로부터 받은 토지대금 등 196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다만 계약 해지 사유가 사업자 측에 있는 만큼 계약금(360억원)과 토지사용료, 대금납부 이행지체 연체료 등을 뺀 나머지 금액만 돌려줄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라이트타워 주주사들이 계약 불이행에 따른 ‘부정당업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로 했다.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향후 재공모나 서울시 발주 사업에 제한을 받는 등의 재제가 따르게 된다.

이 같은 서울시 방침에 대해 서울라이트타워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난 4년간 1000억원대 비용을 투자한 사업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