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천연가스 수출 금지 해제를 강력 요청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남겼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엊그제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자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한다. 이미 원전을 전면 포기하겠다는 일본에 찬물만 끼얹은 셈이다.

미국은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해외 반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천연자원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건별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절차는 매우 복잡해서 사실상 전면금지나 다를 것이 없다. 단 한국과 같은 FTA 체결국가는 예외다. 미국은 최근 셰일가스 덕분으로 일순간에 천연가스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미국 에너지 가격도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고급유종인 미국산 WTI의 하락도 그런 배경에서다.

미국 업계는 일본에 대한 수출 금지 해제에 전향적이었지만 대량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다우케미컬 등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 이번에도 강하게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으로서는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1년여간 공들인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가뜩이나 원전 사태로 에너지 문제가 국가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일본이다. 전기 공급원을 원자력에서 천연가스로 돌리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2011년부터 관련 기업과 정부가 총출동해 미국 정부를 설득하려 했지만 미국의 두꺼운 에너지 안보벽을 뚫지 못했다. 이번엔 노다 총리까지 직접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저간의 흐름을 미리 반영한 듯 일본 내 가스값은 미국의 거의 7~8배에 달하는 1MM BTU당 20달러 수준까지 급상승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미국 사빈패스로부터 350만t 규모의 LNG를 2017년부터 20년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계약을 지난 1월 이미 체결했다. 물론 미국과 FTA를 맺어둔 덕분이다. 동북아 정세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FTA 효과가 벌써 이렇게 드러나고 있다.